<소설> 맨홀 (216)

화면으로는 또 다른 종류의 파리가 나타났다.

과일 파리였다.

과일 파리의 수컷이 앞다리로 암컷을 톡톡 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감이 잡혔는지 수컷 파리가 암컷 파리의 주위를 돌며 구애를 하듯 날기 시작했다.

암컷 파리에게로 다가간 수컷이 다리를 사용해 암컷의 질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느리게 그리고 반복해서 암컷의 질을 애무했다. 여러 차례 반복하자 암컷 파리가 흥분한 듯 다리와 날개를 펼쳤다. 하지만 수컷은 계속 암컷의 질을 애무했다. 다리를 아래위, 좌우로 움직여가면서 암컷의 질을 애무했다.

다리를 펼치고 날개를 펴 자신의 흥분상태를 표시하는 암컷 파리가 이제 다리를 잔뜩 펴고 날개를 한껏 펼쳤다. 그제야 수컷이 암컷의 등뒤로 다가갔다. 섹스의 시작이었다.

사내는 테라코타의 두덩과 둔부를 어루만지며 계속 화면을 바라보았다. 팽팽히 솟아 있는 아랫도리로 깊숙이 찔러 넣은 손을 그대로 둔 채 화면 가득 비쳐지는 파리들의 섹스를 바라보았다.

과일 파리의 수컷이 다리를 가지고 암컷 과일 파리를 톡톡 치는 것은 단순한 구애행위가 아니다. 수컷 과일 파리의 다리에는 미각기관이 달려 있어 암컷을 섹스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일종의 탐색행위이다. 그 미각기관을 통한 탐색이 끝나고 그 상대가 마음에 들면 그제야 암컷 과일 파리의 주위를 맴돌면서 구애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파리를 일컬어 「섹스 스타」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것은 암컷과 수컷 파리가 섹스중에 여러 차례 절정을 느끼며 연이어 교미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 또한 지칠 줄 모르는 섹스 능력과 함께 인간이 부러워할 만한 사실.

화면으로 과일 파리의 섹스장면이 계속 비춰지고 있었다.

뿌- 뿌- 뿌아아아아-.

디주리드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내는 테라코타의 두덩과 둔부를 매만지며 다시 제주도 그 밤을 떠올렸다.

상용 프로그램.

사내는 혜경의 몸을 애무하는 과정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상용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했다. 목적이 없는, 출력이 없는 프로그램이 없듯이 모든 프로그램은 일정한 결론을 위해 존재한다. 그 어떤 절차를 거치더라도 결론이 나야 한다.

결론은 섹스.

그날 밤 결론은 섹스였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