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멀티미디어 두뇌국가

李祥羲

「70만명에 이르는 실업자, 진로, 기아그룹의 부도위기, 기술종속으로 인한 23억불의 로얄티 지급, 1천1백억불에 달하는 총외채.」

일그러진 우리 경제의 현실이 국민의 경제위기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경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은 무엇인가. 한보의 철강산업, 기아의 자동차산업은 산업사회의 고부가가치 주력산업인데 오늘은 분명 정보사회로 탈바꿈하면서 멀티미디어 산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철강, 자동차산업은 어쩔 수 없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전락하는 것이 시대변화의 자연현상이다. 결국 오늘의 위기극복 처방은 경제와 산업의 주력구조를 산업사회형에서 정보사회형으로 바꾸는데서 찾아야만 한다.

미국경제의 활력은 주력산업구조를 정보통신, 소프트 등 정보사회형 으로 바꾸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가상경제시대를 정확히 예측, 클린턴 행정부는 전자상거래의 비관세를 추진하면서 가상경제권의 서부개척시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해 미 연방금융결재원의 경우 전자결재의 규모는 지구상의 1만4천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총 20억건, 12조 달러에 달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미국은 전세계적인 정보화사회형 경제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같은 대변혁의 와중에서 노쇠해가는 산업사회형에 연연하면 한보의 경우처럼 엄청난 「장례비」를 계속 지불할 수밖에 없다. 반면 활력이 넘치는 정보사회형 산업에 도전하면 엄청난 성공사례비를 얻을 수 있다.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많은 모험기업들은 인간신경 오감산업인 멀티미디어 산업에 도전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산업이야말로 정보사회형을 지향하는 역사의 주역인 것이다.

싱가포르의 「IT 2000」계획, 말레이시아의 「멀티미디어 슈퍼코리도」계획과 같은 국가발전전략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저임금의 시장경제에 눈을 뜬 거대경제권이 바로 중국이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에만 24억 달러의 대미적자를 기록했지만,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상대로 39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흑자와 우리경제의 위기와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뭐니해도 우리와 같은 시장권에 뛰어든 중국은 한국의 고임금 상품을 저임금의 노동력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리의 대미 흑자분이 서서히 중국의 대미 흑자분으로 옮겨간 셈이다. 중국의 흑자가 곧 우리 경제의 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12억 인구의 중국대륙과 인접한 우리경제는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정립에서 위기를 풀어갈 중요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정학적인 관계로 보면 한반도는 거대한 몸통에 붙은 꼬리가 될 수도 있고 머리가 될 수도 있는 위치다. 역사적으로 꼬리에 머물렀던 농업사회의 한반도는 지배와 종속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가 전개되는 정보사회에서는 거대 몸통에 붙은 머리가 됨으로써 거대한 저임금 경제권의 주도자가 될 것이다.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몸통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머리, 거대한 생산공장을 이룬 몸통에 첨단기술을 공급하는 두뇌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급속히 증가하는 중국의 대미 흑자중 상당부분을 우리의 흑자로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는 거대한 몸통국가에 붙은 두뇌국가로 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바로 「중국경제의 두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뇌국가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주력산업구조를 정보사회형으로 탈바꿈하고 한반도 전체를 고도의 신경망으로 짜여진 「멀티미디어 페닌슐라」로 구축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거점도시는 교육 환경 문화 등의 시스템적 특성을 가진 멀티미디어 폴리스로 발전시키고 거점이 되는 멀티미디어 폴리스를 멀티미디어벨트로 연결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한반도는 바로 「멀티미디어 페닌슐라」「멀티미디어 두뇌국가」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보사회형을 지향하는 멀티미디어 경제구조를 주력기반으로 거대한 중국대륙시장을 몸통으로 활용하는 두뇌국가, 즉 「멀티미디어 두뇌국가」를 건설하는 지혜야말로 안으로는 고부가가치 경제구조로, 밖으로는 중국을 거대한 배후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소위 『경제회생의 특효처방』이 아닐까.

<한국발명협회장,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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