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저작권 협약 대비해야

저작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저작권 보호문제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보급확산으로 새로운 쟁점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문학작품, 영화, 음반 등의 저작물들은 책이나 비디오테이프, 레코드 등의 매체를 통해 복제 배포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의 상용화로 사정이 달라졌다. 디지털화한 저작물들이 통신망을 타고 대량 유통되고 있다.

이같은 저작물들의 디지털화는 정보유통방식의 일대 혁신을 의미한다. 디지털 저작물을 시공을 초월하여 전세계 어느 곳에라도 배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 체제로는 유통방식의 혁신을 초래한 인터넷 환경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제대로 규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 중 하나인 복제권과 배포권의 범위에 통신망을 통한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배포도 포함되는가의 문제와 국경을 초월해 유통되는 디지털 저작물의 복제 배포권이 타국에서도 그 효력을 미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은 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회의는 인터넷 환경을 저작권 보호 범주에 포함시키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전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복제가 이뤄지는 인터넷에 새로운 저작권 개념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제네바회의에서 체결한 2건의 조약(WIPO 저작권조약과 실연, 음반조약)은 급변하는 저작권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이 회의에 합의된 조약의 핵심은 크게 보아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시적 저장」으로 대변되는 복제권 개념의 재편, 인터넷 등 통신망을 통한 정보(저작물)의 공중이용에 대한 권리의 신설, 저작권 보호 장치에 대한 의무부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저작물을 어떻게 이용하든 저작자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곧 저작권 보호와 연결짓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업계, 음반제작업자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상의 저작물 보호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디지털 저작물의 무단복제와 배포는 시간과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전세계를 상대로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권리가 송두리째 파괴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저작권자가 몇년에 걸쳐 만든 저작물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유통될 경우 엄청난 경제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네트워크의 자유로운 흐름을 주창해온 사이버단체들과 학계, 온라인정보 제공업체, 소비자단체 등은 저작권 범위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PC에서 인터넷 자료를 임시저장하게 하는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 따위의 검색도구(브라우저)와 검색활동 자체조차 불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저작권법 개정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인터넷접속 서비스업체는 더욱 곤란한 처지이다. 통신 사용자가 불법 복제물을 통신망에서 유통시킨다 해도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서비스 업체로서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 얽히게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터넷 저작권에 관한 협약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별로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같은 디지털 저작권의 권리강화 움직임은 우리 저작권법 개정작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의 입법추이를 지켜보면서 적당한 시점에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직까지 디지털 저작권에 관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한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기존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데는 세부조항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저작권의 파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저작권법 체계에 인터넷상의 저작권문제와 관련된 여러 변수를 포함시키기는 아직 무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제법에 근거해 우리 실정에 맞는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함께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중지를 모아 인터넷이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창작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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