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3사의 해외 현지법인 고용인력이 5만여명으로 이들 3개사 국내 인력의 절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보도다. 전자업체들이 그동안 세계화, 현지화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전자산업의 세계화는 가야 할 방향이며 그런 뜻에서 해외비중의 증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임금 격차의 문제가 아니라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재편되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 등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 이미 미국,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세계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세계화는 기업에 적지 않은 짐이 되기도 한다. 현지 인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외국에서의 생산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현지법인이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는 경우 국내기업의 안정경영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국내 전자업체들은 현지 법인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현지 법인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이 영업인력을 적극적으로 해외에 파견해 마케팅 향상에 힘쓰고 있으며 현지의 서비스도 국내의 수준과 같은 정도로 개선시키고 있는 점 등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
경영정상화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동남아를 비롯한 미주, 유럽 등 해외공장의 상당수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해외 현지법인의 수가 많고 그 곳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이 많다는 점을 자랑하기보다는 경영을 잘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야 할 때다.
우리 해외 현지법인의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금확보는 다른 나라가 부러워할 정도다.그러나 세계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상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 개발, 부품조달 등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시스템화는 다소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현지인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개발, 상품화하려면 개발단계에서 부품까지도 디자인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연구개발, 디자인부문의 현지화는 물론이고 부품업체의 진출도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하나는 세계화에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국내의 산업공동화의 문제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산업공동화는 화폐가치의 상승과 이를 피하기 위한 현지생산의 가속화로 인해 초래된다.
우리는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도 아니며 해외생산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실업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 국내 전자산업은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중저가 제품 설비는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자칫 미국이 컬러TV를 포기함으로써 VCR나 DVD 등에 대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차세대 제품의 핵심기술을 축적할 기회를 상실하게 될른지도 모른다. 해외 현지공장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첨단제품에 대한 기술축적을 공고히 하는 것만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내수가 보장돼야 한다. 내수가 안정되지 않고는 기술개발이나 장래를 위한 설비투자를 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내수 기반이 뒷받침될 때 세계화, 현지화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침체된 내수의 활성화는 물론이고 우리의 제품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금 감면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중간 소득층의 세부담이 매우 커져 임금상승에 대한 이점이 거의 사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의욕까지 떨어지게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높은 세부담은 내수를 위축시킨다.
감세에 의한 소비증대, 즉 생산확대의 경기진작 논리도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다. 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가 바로 내수안정에 있다는 사실에 유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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