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그램 부도로 컴퓨터유통업체들이 물려있는 채권액은 공식적으로 6백98억원. 얼굴을 들어내지 않은 금융권 등을 합치면 1천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채권단은 주장하고 있다. 현재 채권단에 등록된 채권자는 60여개 업체. 이 역시 채권자 전부가 가입된 것은 아니다. 이미 채권을 포기한 업체가 상당수 된다. 5개월여가 지난 현재 채권회수에 지쳤거나 나름대로 분석해 채권확보가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입장은 강경하다. 먼저 두원그룹이 주장하는 출자사 주장에 대해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멀티그램의 부도당시 지분중 두원전자 소유는 4만주. 당시 두원그룹 기획조정실 부장겸 멀티그램 이사였던 서정국씨의 소유가 2만1천1백70주로 총 12만주중에 이미 50%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명확한 검찰의 조사가 뒤따른다면 주식소유현황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서정국씨 명의의 주식자금의 출처가 두원그룹이며 부도를 대비해 명의를 고의로 분산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95년 총매출 1백억원에 불과하던 멀티그램이 부도 3개월전에 7백억원의 어음을 집중 거래한 점을 들어 고의부도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이 검찰에 고소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1백%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두원그룹은 그룹내 고문변호사를 동원해서 체계적인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채권단도 더 이상 방치할 수 만은 없는 일이라 생각되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원그룹은 서울지방검찰청이 지난 5월 피해자의 진정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판정을 내린 만큼 채권단에서 더 이상 법적 조치를 감행한다해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대표인 손정갑씨가 두원그룹 김찬두회장을 상대로 서울지방검찰청에 낸 진정사건처분결과 지난 5월20일 「혐의없음」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그 결과가 단지 진정일뿐이라고 말한다. 진정결과를 마치 모든 법률적 해석이 끝난 것처럼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거자료와 고소인과 피고소인인 양자대면한 판결만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간은 많이 흘렀다. 처음 대치국면과 상황도 다르다. 일부 채권자들은 포기상태에 있다. 두원그룹측의 입장은 급할 것이 없다. 채권단의 반응에 대응만 하면 그만이다. 두원의 입장은 느긋한 편이다. 하지만 두원그룹 입장에서 멀티그램과 관련해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다.
먼저 멀티그램이 계열사이든 출자사이든 별개의 법인이므로 그룹이 나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이다. 별도 법인의 채무변제를 위해 타 법인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은 결국 공멸의 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이는 또 회계상 처리가 어렵다는 문제와도 맥을 같이한다. 특히 두원그룹으로서는 채무변제에 대한 감사의 어려움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두원그룹과 채권단의 법적공방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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