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멀티미디어와 반도체

디지털화, 정보고속도로, 인터넷 등 21세기 고도 정보사회를 향한 정보 인프라 구축 가속화로 시스템에서의 멀티미디어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멀티미디어」는 「All-in-One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미디어 속에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개발할 기능까지도 모두 포함한다는 의미다. 현재 컴퓨터와 가전, 정보통신 등 각종 미디어 관련산업과 기술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개념의 기기, 시스템, 그리고 서비스의 창출이 진행중이다.

멀티미디어는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진화형 산업이자 기술이기 때문에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멀티미디어의 기술추세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1단계는 소프트웨어에 음성과 영상정보를 삽입하는 정도이고, 2단계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언제 어디서라도 멀티미디어의 정보를 꺼내볼 수 있고 발신할 수 있는 수준이다. 3단계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네트워크인 정보고속도로가 결합하는 대화형 서비스 단계다.

이러한 3단계의 기술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있어 반도체기술의 진보는 필수불가결할 뿐 아니라 시스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도 반도체 칩이 될 것이다. 또한 멀티미디어의 대표적인 정보단말인 컴퓨터분야는 그 시스템의 구성과 세대교체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등 반도체 칩에 의해 실질적으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미디어화의 진전에 따라 디지털 신호를 기반으로 음성, 문자, 영상, 동영상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보다 빠른 속도와 압축기술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MPU 속도의 급상승에 따른 메모리 제품의 속도차이 해소가 업계의 가장 큰 과제다. 메모리 제품에서도 지금까지의 집적도 경쟁에서 속도경쟁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PC에 주로 사용되던 메모리는 집적도 및 속도의 급진적인 향상으로 네트워크 컴퓨터(NC), 휴대형 개인정보단말기, 고성능 게임기, 고선명(HD) TV 등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멀티미디어화에 따라 동영상, 음성, 그래픽 등의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칩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미디어 프로세서」가 새로운 핵심 신호처리분야로 각광받고 있으며 네트워크 환경의 정비로 인해 급부상하고 있는 자바(Java) 언어를 실행하는 데 최적의 아키텍처로 각종 차세대 인터넷 접속단말 등에서 유망하게 거론되는 있는 「자바프로세서」 등도 속속 반도체로 구현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모든 전자기기에 공통된 현상이며 따라서 반도체를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 개발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바꿔 말하면 반도체가 곧 시스템화되어가고 있다. 이는 시스템 업체도 부품의 조립만으로는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와 부가가치의 확보가 매우 어렵게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업체와 시스템업체간 개발 초기단계에서의 상호협력이 필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세기 멀티미디어 정보사회를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서 반도체의 역할이 앞으로 한층 더 확대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반도체업체들은 「시스템 온 실리콘(System on Silicon)」의 개념을 가지고 어느 단계, 어느 형태의 기술이 각 응용분야에 적용 가능한지를 고객에게 정확히 인식시킴과 아울러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구현하는 시스템업체와의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스템 구성에 필수적인 CPU, DSP 등의 프로세서와 초고속 메모리, 영상압축, 디지털 전송기술 등의 다양한 코어기술을 확보하고 이들 핵심기술을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응용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설계하며 고집적 첨단 공정기술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 반도체업체들의 과제다. 반도체업체들이 멀티미디어 정보사회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노력을 더욱 배가해야 할 것이다.

<文程煥 LG반도체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