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제조물책임(PL)법」 「집단소송에 관한 법」 「부품보유기간 의무화」 등은 모두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것들이다. 또 이것들을 가전업계 입장에서 보면 한결같이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소일 뿐 아니라 경영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가전업계의 글로벌 경영추진은커녕 국내외 경쟁대열에 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제까지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충 넘겨도 큰 무리가 따르지 않았만 앞으로는 소비자 권익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귀기울이지 못하면 가전업체들은 21세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다.
리콜제도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의 생명, 신체, 그리고 재산상의 커다란 위해(危害)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기업이 유통중에 있는 결함상품을 공개적으로 회수하는 것. 지난해 4월부터 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 못박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가전제품에 대한 리콜명령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제품을 슬그머니 바꿔주는 방식은 통하지 않게됐다.
PL(Product Liability)법은 제조자, 판매자, 유통업자, 수입업자가 그 제조물의 결함에 의해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침해한 때에 손해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즉 제품의 안전성이 결여돼 피해가 발생하면 제조자 등이 책임지고 손해배상을 해야하는데 제품의 결함을 입증하는 주체가 소비자에서 제조자 등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은 특정 제품 또는 모델이 안전에 문제를 일으켰을때 이를 사용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PL법보다도 더 강력한 소비자 권익보호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이 법에 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한 공익법인을 단체소송의 원고적격자로 규정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어 집단소송 자체가 원활해질 전망이다. 제조업체가 집단소송을 당해 패했을 경우에는 판매된 특정제품이 모두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제품을 모두 수거해야 하는 리콜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PL법과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은 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한 관련기관들이 이미 법제정을 신청해놓은 상황이며 정부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따라서 제조물 책임(PL)법이나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리콜제가 가전제품 등으로 확대 시행되면 가전업체들은 안전성과 품질 불량문제를 완벽하게 개선하지 못할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이에 대비하기 힘든 중소 가전업체는 이들 법률과 제도의 시행으로 기업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게 됐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품보유기간 의무화도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에 근거해서 정해놓은 부품보유 연한과는 달리, 이것도 지키지 않으면 법적제재를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러한 소비자권익 강화추세는 가전업계가 그동안 고객감동을 내세우면서도 잦은 AS 발생과 AS과정에서의 소비자 불만 등에 수동적이고 단편적으로 대처하는게 습관처럼 됐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다시 태어나는 경영전반의 혁신없이는 가전업계의 고객감동 경영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이제는 고객의 직격탄에 시달리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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