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올 상반기 방송계는 새 방송법의 입법 지연으로 큰 변화가 없이 케이블TV 2차 지역 23개 종합유선방송국(SO)만 선정되는 데 그쳤다.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새 방송법은 올해초 국회 제도개선특위에서 제정을 검토키로 했으나 한보정국과 김현철씨 사건에 밀려 다시 국회 문체공위원회로 이송됐다.
6월중 임시국회가 열리면 여기서 다시 논의키로 했지만 임시국회의 개회가 무산돼 새 방송법(안)은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국회 문체공위 캐비닛 안에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이처럼 새 방송법의 입법지연으로 위성방송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자 교육부를 비롯해 정보통신부, 공보처는 EBS의 위성 과외방송을 오는 8월 25일부터 실시키로 발표했다. 위성 과외방송 특수를 노린 위성방송 수신기 제조업체들은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최근 일어난 EBS교재비리 파문 등으로 오는 8월 말께 과연 위성 과외방송을 시작할 수 있을지가 의문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새 방송법이 제정되면 케이블TV SO의 복수소유(MSO) 허용을 포함한 2차 지역 SO의 허가를 공고키로 했던 공보처는 MSO 허용을 취소한 채 지난 5월 29일 전북 김제지역을 제외한 전국 23개 지역의 2차 SO사업자를 선정했다. 또 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전국 24개 구역 2차 SO지역의 전송망사업자(NO) 신청공고를 내고 6월말 현재 심사중인데 내달 10일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차 SO와 NO에 소요되는 방송기자재 및 전송장비 업계가 크게 고무돼 있다. SO에만도 방송국사의 스튜디오 설비를 비롯해 카메라 등 방송장비, 수신설비, 송출시설 등 최소한 5백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되고, 가입자용 컨버터도 SO당 2만여대씩만 계산해도 5백억원대를 웃돌 전망이다.
전송장비시장은 이에 비해 10배 이상 커져 약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1차 SO지역과는 달리 2차 지역은 광역화됐기 때문에 전송선로 포설에 소요되는 비용만도 1차 지역보다 최소한 2~3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2차 SO 및 NO 선정과정에서 그동안 천대받던 중계유선방송업계가 모처럼 제 목소리를 내며 대접을 받아 화제를 뿌렸다. 2차 SO사업을 위해 공보처가 기존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를 포용한 컨소시엄에 큰 배점을 줘 상당수의 중계유선방송사들이 케이블TV 사업에 참여하게 됐고, 또 2차 NO 선정과정에서도 기존 중계유선방송 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돼 있어 많은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한편 기존의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의 경영상태는 지난해 하반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지상파TV는 경제불황의 여파로 광고가 줄어들어 TV광고를 권유하는 자체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고, 케이블TV의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다.
6월말 현재 케이블TV 시청가구는 당초 예상했던 2백만 가구에 못미치는 1백96만여 가구에 그치고 있고, 유료가입자는 30% 남짓하다. 이에 따라 SO와 NO, 프로그램공급사(PP)들은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국초기 케이블TV를 선도하며 화제를 뿌렸던 연합TV뉴스(YTN)는 지난 2년간 무려 5백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해 매각을 검토중이고, 여성채널인 GTV도 모기업인 진로그룹의 경영악화로 매각키로 결정함에 따라 인수기업을 찾고 있다. 또 다솜방송, 마이TV, 두산수퍼네트워크 등 교육채널3사도 EBS의 위성 과외방송 실시 발표로 전전긍긍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다른 채널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이 결과 대부분의 PP들이 인원감축 및 제작비 절감 등 감량경영을 하고 있다. 또한 전국 53개 1차 SO도 경영악화로 말미암아 긴축경영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말 허가한 인천을 비롯한 울산, 전주, 청주 등 2차 민방사업자들은 오는 9월로 예정된 개국일정에 맞춰 상반기중 인력채용 및 방송기자재 발주, 송신소 설치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나 인천방송은 중계소 문제로 오는 9월에 개국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에는 가장 큰 뉴스중 하나였던 김현철씨 사건와중에 7개 SO인수설이 불거져 나와 방송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또한 이미 개국한 1차 지역 민방사업자 선정의혹이 함께 제기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상SW
상반기 영상소프트웨어산업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와 함께 비디오, 음반, 게임 등은 경기불황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상반기에 선보인 우리 영화는 20여편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의 「은행나무침대」와 「투캅스」와 같은 흥행작은 내놓지 못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비트」가 36만명을 넘어섰을 뿐이다. 그 뒤를 이어 한지승 감독의 「고스트맘마」가 2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공했을 뿐 「깡패수업」 「체인지」 「초록물고기」 「미스터 콘돔」 등이 10만∼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특히 명망있는 감독과 인기스타를 앞세운 영화들의 참패가 잇따랐다. 제일제당이 야심적으로 만들었던 「인샬라」를 비롯해 「불새」 「박대박」 「지상만가」 「삼인조」 등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외화도 전반적으로 고전을 겪은 가운데 5만달러에 수입한 「쇼킹아시아」가 흥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별다른 흥행작이 없는 가운데 「잉글리쉬 페이션트」가 아카데미상 수상에 힘입어 69만명, 「볼케이노」가 40만명 가량을 동원했을 뿐 외화들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비디오 대여점에 출시된 신작 타이틀 가운데 1만개 이상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은 1백편으로, 전년동기(1백 64편)에 비해 39% 가량 줄어들었다. 신작 타이틀은 여전히 액션물에 편중돼 있는데 1만개 이상 판매된 1백편 가운데 액션물이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액션물을 이어 선호도가 높은 장르는 드라마로 전체시장의 19%를 차지했으며, 코미디와 스릴러물이 각각 16%와 1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음반시장의 상반기 동향은 유통시장의 대변화와 대기업, 직배사들의 가요시장 공략으로 요약된다. 타워레코드, 메트로미도파 등 대형점의 등장과 마크로, 까르푸 등 대형 할인점의 음반판매는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바코드시스템 도입 등 유통의 현대화를 이끌면서도 일부 중소 음반도매상의 도산 등 기존 중간도매상들의 부침을 재촉했다. 특히 웅진뮤직의 본격적인 음반유통시장 참여와 함께 삼성뮤직, 제일제당, 금강기획 등 대기업이 음반유통시장 참여를 모색하고 있어 음반유통시장의 변화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뮤직 등 대기업 음반사들도 중소기획, 제작사들과 제휴해 음반사업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음반시장은 두 세력간의 힘 대결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팝의 경우 「MAX시리즈」 「This is Rock Balad」 「Now시리즈」 등 편집앨범들이 20만장 이상 판매됐다. 가요에서는 안재욱의 「별은 내가슴에」, 김종환의 「첫사랑」, 손현주의 「보고 싶은 그대」 등이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수십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게임 및 교육용 CD롬 타이틀시장은 연초부터 지속된 유통업체의 잇따른 도산과 국내 경기의 장기적인 불황 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로 게임유통업계의 핵이었던 용산상가 게임유통업체들이 위축되면서 총판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총판형태로 게임의 대부분을 소화했던 용산상가 게임업체들이 일시적으로 불황기를 맞으면서 게임업체들은 한동안 게임공급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40∼50% 이상 줄었다.
올 상반기중 SKC, LG소프트, 삼성영상사업단 등 대기업은 그동안 외국 게임업체들의 판권에 의존해온 데에서 탈피, 게임개발에 나서거나 중소 게임업체들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교육용 타이틀도 올 상반기중 침체국면을 면치 못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정보 서비스사업과 EBS방송의 과외방송을 허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교육용 타이틀의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교육용 CD롬 타이틀업체들이 인터넷사업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정부가 발표한 「도서에 기반한 전자출판물의 부가가치세 면제」는 교육용 타이틀의 수요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틀 업체들로서는 도서에 기반한 타이틀을 제작할 경우 부가세 10%가 면제돼 판매단가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형서점을 통한 판매 등 새로운 유통망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교육용 타이틀업체들은 출판물과 연계한 타이틀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돼 전자출판물업체들이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정보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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