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기업인들 풍수지리 신봉 여전

디지털시대에도 기업인들의 풍수지리 신봉은 여전한가.

한때 모 재벌그룹 총수가 인력 채용시 관상을 중시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인들이 공장을 짓거나 운영하는데 풍수지리적 요인을 한번쯤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복잡하고 힘든 사업을 해 나가면서 큰 대가가 필요한 것도 아닌 바에야 주술적이라는 이유로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고 다행히 이를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조금은 도움을 받는 셈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해당 기업인들의 생각이다.

충남 천안 인근의 고속도로변에서 TV용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社.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주인이 바뀐 끝에 현재에 이르고 있는 이 회사는 공장을 인수한 후에도 좀처럼 여건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문이 고속도로를 향하고 있으면 재물이 쓸려 나가는 형국』이라는 말을 듣고 정문을 반대쪽으로 낸 다음날 대규모 수출계약이 성사됐으며 그후로 국내외에서 주문이 쏟아지면서 지금은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 근처에 있는 대기업 S社도 사실은 이 때문에 고속도로 반대편으로 정문을 냈다는 소문이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PCB를 생산하는 B사의 공장정문을 들어서면 경비실 옆에 눈에 거슬리게 박혀있는 커다란 銅말뚝을 발견할 수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시화공단에서 반월공단내에 있는 이 부지를 인수,확장 이전하면서 거금을 들여 박은 것. 이 공장은 그동안 입주업체 대부분이 도산,터가 안좋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곳으로 이 때문에 싼 값에 매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 K사장은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이전하면서 말뚝을 박으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마당에 동말뚝을 박게 했으며 그 때문인지 현재까지 탄탄대로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통신용 부품을 생산하는 C社의 공장은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가는 길을 한참을 달려야 하는 외진 데에 있다. 이처럼 교통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이 곳에 둥지를 튼 이유는 이 터에 대한 P사장의 강한 욕구 때문이다. P사장은 작년 하반기에 수원시내에 있던 공장을 넓혀 이전하기 위해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공장부지 물색에 나섰지만 만족할만한 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외진마을까지 오게 됐을 때 바로 현재 공장이 서 있는 터에서 환한 빛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두말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 이 회사는 이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최근의 통신부품 특수 때문인지 몰라도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1백% 늘어나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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