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국 반도체산업이 나아갈 길

TI코리아 사장 토머스 심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크게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분야와 주문형반도체(ASIC), 마이크로프로세서, 마이크로컨트롤러 등을 포함한 비메모리 분야로 구분된다.

기술력과 품질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한국의 메모리산업은 지난 80년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높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막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감행한 결과다. 물론 정부가 정책적으로 반도체산업을 지원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메모리 제품의 가격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그동안 메모리산업에만 치중해 온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메모리에서 비메모리로 전환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약 10여년 전에 다른 외국회사들이 맞이했던 똑같은 상황에 봉착한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으로는 메모리산업과 비메모리산업의 차이점을 근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메모리산업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차적인 기술을 요하며 전문인력보다는 기계적인 생산공정에 치중하는 범용 소비재 상품의 성격을 띠고 있는 반면 비메모리 제품은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분야 등에 고도의 전문화된 인력과 마케팅 기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메모리산업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이 덜 강조되는 반면 비메모리산업은 고객의 특성 및 환경에 따라 그 서비스와 제품의 종류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가 전세계적인 마케팅과 서비스 체계에 달려 있다. 따라서 마케팅 측면에서 한국업체는 고객의 요구가 전달된 후 이 요구사항이 개발팀을 거쳐 생산, 영업으로까지 이어지는 일관적인 시스템 운영면에서 해외 선발업체에 비해 아직 보완할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점은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독자적인 마케팅망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업체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한마디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아직 「스킬」이 부족한 점이 있다. 예를 들어 디자인하우스는 설계기술력이 뛰어나고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쉬운 해외 현지에서 해결하는 것이 지름길일 수도 있다.

비메모리산업은 메모리 제품에 비해 훨씬 고도의 제조공정 기술력 및 R&D가 필요하다. 또한 비메모리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개인의 기술개발에 대한 보호가 철저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지적재산권이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을 때 기술력이 성장하게 되며 이는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또한 개인의 기술력을 기본 요건으로 하여 설립되는 벤처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육성정책 또한 필수적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정보통신산업에서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더불어 비메모리산업 기술력의 바탕이 되는 창의성을 고취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도 중요하며 반도체업계와 학계의 산­학 협동 또한 필수적이다.

오늘날의 기업환경은 더 이상 한 기업이 단독으로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국내 반도체기업들도 구조개편을 통해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기업 그룹내에 속해 있는 시스템업체와 연결하여 제품개발에 힘쓰며 반도체 관련 소재, 장비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외업체들과의 공동 개발, 투자 등을 통한 기술이전 및 교류 등을 활발히 하고 자체 마케팅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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