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광주과기원의 성공사례

崔石植 과학기술처 기술인력국장

낙후된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 고등 학생들이 대부분 학교수업과 별도로 값비싼 과외를 받아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겪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며 천신만고 끝에 대학에 진학해도 이번에는 졸업 후 취직이 또 걱정이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자마자 TOEIC, TOEFL 등 취직시험에 필요한 영어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학과공부를 폭넓게 공부할 기회는 원천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 인재가 기업의 요구를 1백% 충족시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해 비관적인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을 때 지난 95년 광주광역시에 둥지를 튼 광주과기원은 학교설립 2년 만에 국제화 등의 측면에서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우리나라 교육제도도 운영만 잘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주는 모범사례라 하겠다.

지난 95년 3월 석, 박사 과정의 이공계 대학원으로 설립된 광주과기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설립목적이 구체적이고 분명했기 때문이다. 광주과기원은 우선 정보통신, 신소재, 환경공학, 생명과학 등 미래의 유망한 5개 학과만 개설,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주효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국내 대부분의 대학이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광주과기원은 또 처음부터 산, 학 협동교육과 연구를 병행, 산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금호그룹이 이 학교안에 정보통신연구소와 생명공학연구소를 각각 설립, 현재 다수의 공동 연구과제를 수행되고 있고 LG그룹도 최신의 전자도서관을 기증, 12일 개관한다. 또 삼성그룹과는 현재 광주과기원에 환경공학연구소를 설립,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광주과기원은 그동안 산, 학 공동연구에 힘쓴 결과 교수 1인당 연구계약고가 하늘로 치솟아 지난해에는 국내 대학중 최고 수준인 2억원선을 돌파했다. 우수한 교수들이 이 학교에 집결해 있다는 증거다. 실제 이 학교의 「초고속 광네트워크연구센터」가 서울 등에 있는 오래된 명문대학들을 따돌리고 올해 과학기술처에 의해 대학우수공학연구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세계에서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는 것도 이 학교의 큰 장점이다. 광주과기원의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지난해 약 7명으로 전국 평균(25명)의 약 4분의 1 수준이고 그것도 2000년까지 5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광주과기원이 국내 다른 대학과 가장 크게 차별되는 것은 이 학교의 설립이념이기도 한 국제화 교육을 들 수 있다. 학교측은 우선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폴란드인으로 구성된 외국인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국내 다른 대학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약 70%의 강의가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 이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혼자 참석, 논문을 발표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하게 소개할 정도다.

광주과기원은 또 이 학교 학생들이 외국인과 같이 생활하며 언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기 때문에 이 학교에는 토론문화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필자는 이 학교가 지난 2년 3개월 동안 이룩한 이러한 여러가지 성과는 앞으로 국내 고등교육 제도를 선진화시키기 위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큰 참고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