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월드] 전화번호가 도메인 이름된다

『이제부터는 전화번호가 곧 인터넷 도메인 이름입니다.』

정보통신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화번호의 원넘버 서비스가 화제를 모으면서 인터넷에서도 자신의 전화번호를 아예 도메인명으로 확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최근 미국에서는 무료로 이를 등록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도메인명에 전화번호를 이용하려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등록여건도 점차 좋아지고 있어 도메인명의 개인 ID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도메인명은 그간 「회사이름.COM」 형태가 각광받았으나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어날수록 상대방에게 가장 알기쉽게 자신을 알리는 주소나 명함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숫자로 된 명칭이 주목을 끌고 있고 그중에서도 전화번호는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다. 비슷한 이름 때문에 혼선을 빚지도 않고 겹치는 예가 별로 없어 선제 등록자와 갈등의 소지도 없다.

실제로 숫자의 경우 1∼10번은 이미 93년 등록 완료됐고 1000번까지도 거의 등록됐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개인 가입자나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도메인명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미국의 「NUMBER.NET」은 지난달부터 전화번호를 도메인명으로 등록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갖고 싶은 개인 사용자의 폭증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 전화번호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에 도메인명을 등록하면 「NUMBER.NET/000-000-0000」형태의 도메인명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지역 가입자의 경우 맨 앞의 세자리는 지역번호이고 나머지는 개인번호다. 물론 전세계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다. 이 때에는 국가번호와 지역번호 그리고 개인번호가 뒤따르는 형식이 된다.

이곳(http://number.net)에 등록하는 개인은 모든 비용이 무료다. 다만 상용 목적으로 등록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일년에 27달러만 지불하면 된다.

국내에서 전화번호 숫자를 도멘인명으로 활용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ibi다. 인터넷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일찌감치 「사이버 영토전쟁」을 예견, 4자리 숫자로 된 도메인명 1백여개를 확보했다.

핵심은 역시 전화번호다. ibi가 확보하고 있는 전화번호 도메인명칭은 대부분 「0000.com」 「0000.net」으로 「number.net」에 비해 상위 도메인명이다. 활용가치는 훨씬 높다.

주요번호를 보면 「1004(천사)」 「8282(빨리빨리)」 「9292(구이구이)」 「4545(사오사오)」 「0114(문의전화)」 「2424(이사이사)」 「4343(사세사세) 등이다. 음식점, 백화점, 이삿짐센터 등 전화번호 자체가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곳을 도메인명으로 등록한 것이다.

이 회사는 전화번호 도메인명 확산을 겨냥, 주소가 「http://www.ibi.net」인 자사 홈페이지 가운데 생활정보 제공사이트만을 모아 「http://www.0114.com」으로 별도 구성했다.

하나의 전화번호로 가정과 직장은 물론 팩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통화가 가능한 원넘버 서비스가 본격화하는 것과 맞물려 이것이 인터넷 주소로 이어지는 것은 멀지 않은 일이고 이미 그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단순화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라는 명제가 전화번호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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