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음악사에서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그룹 비틀스의 멤버 가운데 폴 매카트니를 제외한 나머지는 음악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사망한 존 레논, 사교활동에 더 열성적인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이 가만히 앉아 벌어들이는 저작권료 수입은 가위 천문학적이다. 이는 저작권자로부터 일정 음악저작물의 권리를 위탁받아 관리대행해 주는 전문회사들의 왕성한 활동에 힘입은 결과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도 음악저작권 위탁관리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러나 시장형성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인지 부정적인 요소들이 고개를 들고 있어 재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음악저작권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복제권(Mechanical Reproduction Right)으로 간단히 말해 음반이 판매될 때마다 장당 징수되는 인세의 개념이다.
두번째는 공연권(Public Performance Right)으로 TV, 라디오방송에 쓰인 음악이나 노래방, 가라오케, 공연, 연주에 쓰인 음악에서 걷어지는 수익.
세번째는 싱크로나이제이션(Synchronization)인데 영화, 드라마, 광고에 쓰인 배경음악의 사용료.
네번째는 피아노 악보나 악보집 등의 판매에서 얻는 수익인데 영어로 음악권리 출판, 즉 음악저작권 위탁관리를 뜻하는 「뮤직퍼블리싱(Music Publishing)」은 이 개념으로부터 파생됐다.
음악저작권 위탁관리업은 이미 17, 18세기부터 존재했고 미국의 경우에는 아예 음반사업 이전에 시작됐다. 구미의 업자들은 음반산업 발전과 함께 그들이 발굴해낸 우수한 작곡가를 음반사에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으며 상호 발전해왔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음악저작권 위탁관리업의 개념이 아예 없었고, 90년대에 들어서야 몇몇 업체들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일반인들이 알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지 않았다. 이 사업이 음악계를 지탱하는 작사, 작곡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재산권 행사와 관계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음악계의 관행 때문인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작사, 작곡가들에게 「곡비」라는 돈을 지급해왔다. 이것은 곡을 음반화할 때 주고받는 단 한 번의 금전거래로 모든 권리관계를 마무리하기 때문에 음반판매고가 아무리 높아도 그 잉여가 작사, 작곡가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간혹 인심좋은 음반사가 보너스 형태로 지불하기도 하지만, 히트음반이 날 경우 그 지분 만큼의 몫이 작사, 작곡가들에게 돌아가는 형태가 가장 보기 좋은 그림일 것이다.
저작권이 왜 생겼는가. 작가들의 권리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부자가 재산관리인을 따로 두는 것처럼 작가들은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그 지적재산 관리인으로 음악저작권 위탁관리업자들이 생겨났다. 유명 뮤지션들의 경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직접 관리하기도 할 만큼 개념이 뚜렷하다. 그 역할을 누가 하든 음악권리출판업의 필요성만큼은 선진국형 음악시장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작사, 작곡자들이 그 권리행사방법을 몰라 악용당하는 사례는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가끔씩 발생하는 일인 만큼 한국처럼 저작권 후발국인 경우 그들에 대한 계몽은 필수적이다. 사용자에 대한 계몽 역시 중요하다. 얼렁뚱땅 사용하고 시치미를 떼기보다는 경로만 안다면 사용료를 낸 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많은데 방법을 몰라 의지와 상관없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그 중간에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음악권리 출판업자들의 역할이다.
한국 음악시장은 세계 10위권으로 도약했다. 직접적인 제작비가 들지 않고서도 관리 차원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음악권리 출판사업도 이에 걸맞은 규모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시장초창기에 개척자 역할을 하는 것은 언제나 힘겹다. 선례가 없기에 주먹구구식 관행이 앞서게 마련이다. 자칫 잘못하면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업은 영리추구를 위한 것이지만 발아기인 한국의 음악저작권 관련사업의 현실에 비춰 눈 앞의 이익을 바라기보다는 개념정립과 토대마련이 급선무일 것이다.
<제일제당 음반사업팀장 金河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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