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기술전쟁

지금은 「기술전쟁」의 시대이다. 세계의 기업들은 기술을 무기로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전자정보산업에서 기술전쟁의 양상은 한층 더 치열하다. 그것은 이 분야의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융합하여 향후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할지 예측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데 기인한다. 이종산업의 침투와 기업간 제휴로 인해 적과 동지, 시장 주도자와 시장 추종자가 불분명한 가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 전자정보산업 분야이다.

이렇듯 복잡다단하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따라잡기 힘든 고유의 독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사만의 독특한 기술력을 무기로 삼아 전쟁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대표적인 예들을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PC의 기본운용소프트웨어인 윈도우의 개발로 PC업계를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독보적인 기술로 경이적인 성공을 거둔 벤처기업의 대명사로 통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테넷 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오라클과 넷스케이프가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에 대한 확고한 경쟁우위를 차지함으로써 마켓리더로부터의 공격을 피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영향력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다. 뛰어난 차별화된 기술을 가지고 마켓리더의 주력상품이나 서비스에 부가가치를 부여함으로써 그 힘으로 업계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확립한 것이다.

이렇듯 경쟁우위의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용의주도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살아남는 반면 많은 돈을 들여 애써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이름없이 사라져버리는 기업들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사느냐 죽느냐의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먼저 경영환경의 명확한 분석을 통해 기술의 발전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어야만 우리가 어떤 기술을 확보해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보산업의 기술발전 동향에 따라 반도체에 요구되는 기술은 고집적화, 대용량화, 저전력화이다. 그리고 멀티미디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 개념하에 무엇을 경쟁우위의 차별화된 핵심기술로 개발해야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기업의 경우 고유의 기반기술을 확보하여 그것을 전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향후 보다 경쟁이 심각해질 기술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기반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이를 위한 기업 자체적인 노력 뿐 아니라 기술인재의 육성 및 교육 시스템 강화,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한편 현재의 기술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노하우뿐만 아니라 노훼어(Know Where)도 강조되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업이라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현재의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보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자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거나 확보할 능력이 있는 기업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어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확보를 위한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수 있고 집단적으로 업계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국제적인 R&D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는 기술을 개발할 뿐 아니라 현지의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선진기술력을 흡수하는 것도 기술전쟁에 대비하는 중요한 방편일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급속한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앞선 기술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 전쟁터에서 무기가 부족하거나 성능이 약하다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사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용의주도한 전술과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그 기업 주변의 다양한 기술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文程煥 LG반도체 부회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