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월드+인터롭97 특집] 기가비트 이더넷 대거 출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 개막된 「넷월드+인터롭 97」 봄 전시회가 전세계 6백70여개 업체가 참가, 열띤 경쟁을 벌인 가운데 5일간 일정을 마치고 9일 막을 내렸다. 참가업체들은 연인원 5만여명의 네트워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6천여종의 각종 네트워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며 「넷월드+인터롭」이 명실상부한 네트워크 전문 전시회임을 재확인시켰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이번 전시회는 우선 네트워크 환경의 고속화를 논의 차원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끌어내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념이 소개됐던 기가비트 이더넷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27개 관련제품이 대거 출시됨에 따라 기업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성능, 가격상의 장점으로 근거리통신망(LAN) 백본분야에서 비동기 전송방식(ATM)을 제치고 당분간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했다.

이와 함께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가상 랜 기술, 3계층 스위칭, 인터넷 프로토콜(IP) 스위칭 기술 및 QoS(Quality of Service) 등이 지원될 경우 기가비트 이더넷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기술은 기가비트 이더넷이 기존 라우터 중심의 네트워크가 약점으로 갖는 백본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으며 ATM과 같이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가비트 이더넷의 대약진을 이끌었던 기가비트 이더넷연합의 1백10개 회원사 가운데 27개 업체는 부스를 따로 마련, 새로운 장비들의 연동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개가를 올리며 참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디지털, 스리콤, 라피드시티커뮤니케이션, 익스트림네트웍스, 파운드리네트웍스, 어댑텍, 이센셜커뮤니케이션, 알테온네트웍스, XLNT 등 기가비트 이더넷 장비를 출품한 업체들은 올해말께 상용화제품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최초로 시제품을 선보인 플레인트리는 이보다 앞선 8,9월께 정식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가비트 이더넷연합은 이와는 별도로 오는 98년 초까지 표준(IEEE 802.3z)을 확정, 기가비트 이더넷 환경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LAN 백본분야에서 기가비트 이더넷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ATM진영은 이번 전시회에 각종 ATM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 애썼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ATM진영은 ATM상에서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MPOA(Multi Protocol Over ATM)가 지난 5월초 ATM포럼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획득, 기존 네트워크상에서 운영되는 IP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ATM의 장점을 부각시켰으나 참관객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원거리통신망(WAN) 분야에서 ATM은 알카텔, GDC, 스리콤 등 업체들의 지원으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DC는 에릭슨, 입실론, 루슨트테크놀로지, ATM포럼 등의 부스를 ATM WAN으로 연결,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와 함께 스리콤은 T1급(1.544Mbps)과 T3급(45Mbps) ATM 회선을 통해 데이터, 음성, 비디오를 전송하는 「리모트 액세스 9600」을 선보이며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레임 릴레이 역시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각광받는 솔루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모토롤러는 프레임 릴레이 장비와 여기서 운용되는 영상회의 제품을 동시에 내놓았으며 어클레임커뮤니케이션은 T1/E1 채널을 접속할 수 있는 프레임 릴레이 접속장비와 음성을 송수신할 수 있는 「라이브 보이스」를, 알카텔은 프레임 릴레이상에서 QoS를 지원할 수 있는 장비로 「퀵 프레드」를 선보였다.

네트워크의 고속화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LAN뿐 아니라 원거리접속(리모트액세스) 분야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56kbps 및 디지털 가입자회선(xDSL) 관련기술 및 장비들이 대거 소개돼 현재 최고 33.6kbps인 리모트 액세스의 속도제한이 조만간 사라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리모트액세스 분야의 고속화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으며 어떤 방식의 고속 WAN을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각 국가 및 기업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56kbps급 전송기술 및 장비의 경우 이 분야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US로보틱스와 루슨트테크놀로지, 록웰세미컨덕터 등 두 진영의 힘겨루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여러 업체들로부터 쏟아져 나와 관심을 끌었다.

헤이즈마이크로컴퓨터, 멀티테크, 컴플리트커뮤니케이션, 저콤 등 업체들은 각자 US로보틱스, 루슨트테크놀로지 등 두 회사의 기술 가운데 하나를 채택한 장비를 선보이며 시장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표준화가 완료되는 오는 8월께부터 56kbps급 장비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xDSL은 기존 구리선을 통해 고속의 네트워킹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가입자회선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로 비대칭(ADSL), 속도적응(RADSL), 고속(HDSL), 대칭(SDSL) 및 초고속, (VDSL)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전시회에는 후지쯔네트워크커뮤니케이션, 갠달프, 알카텔, 어센드커뮤니케이션 등이 관련제품을 내놓으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이와 함께 ADSL포럼 산하 업체들이 대거 참여, ATM 네트워크와 ADSL모뎀 접속 표준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후지쯔는 행사기간중에 DSL 다중접속장비 「스피드 포트」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후지쯔의 ATM LAN 장비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ADSL(다운스트림 1.5∼8Mbps, 업스트림 32∼768kbps)와 SDSL(다운스트림, 업스트림 공통 160kbps∼2.048Mbps)을 동시에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후지쯔는 이를 위해 옥키트와 기술제휴를 체결했다.

갠달프 역시 올해말께 「엑스프레스웨이 액세스 컨센트레이터」 「엑스프레스 컨넥트」 등 리모트 액세스 장비군에 xDSL 기술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알카텔은 전시회 기간중 퍼시픽벨사와 공동으로 ADSL 적용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알카텔은 영상회의를 시험운용했다. 이와 함께 어센드는 16포트의 SDSL카드와 SOHO용 DSL파이프-S카드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US로보틱스는 자사가 보유한 56kbps 기술과 ADSL을 결합한 모뎀을 오는 98년 1사분기에 내놓을 것으로 발표, 네트워크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말부터 국내에서도 xDSL 네트워크가 본격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통신이 xDSL 관련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게 국내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전시회에서 네트워크의 고속화와 함께 나타난 새로운 경향은 인트라넷이 「넷월드+인터롭」의 주요테마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행사 주최측인 소프트뱅크는 주요 이슈를 다루는 컨퍼런스에 인트라넷 분야를 신설했으며 전시회 참여업체 가운데 절반정도가 관련 제품을 쏟아내 「모든 제품은 인트라넷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큰 흐름을 형성했다.

이번에 전시된 인트라넷 제품은 리모트액세스/접속, 보안, 네트워크관리, 멀티미디어, 전자상거래, 저작도구 등 대략 6종류로 분류된다.

리모트액세스/접속 분야는 네트워크업체들의 인트라넷 지향적인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스리콤, 어센드커뮤니케이션, 랜트로닉스, US로보틱스 등이 관련제품을 인트라넷으로 포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분야에서는 어센드커뮤니케이션,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 프론티어테크놀러지, 노벨, 옥터퍼스 등 70여 업체가 제품을 선보였다.

네트워크관리 제품은 어퍼처, 신코, 어태치메이트, 맥아피 등이, 멀티미디어 제품은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 레이컬데이타, 보칼텍 등 다수 업체가 출품했으며 전자상거래 솔루션은 소프케어엘렉스트릭, 인터넷팩토리, 트랜사크 등이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함께 어태치메이트는 「엑스트라!」라는 인트라넷용 저작도구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네트워크 프로토콜과 관련해서는 인터넷프로토콜(IP)이 대표주자로 그 지위를 굳건히 했으며 차세대 IP로 알려진 IPv6는 크게 논의되지 않았다. 이것은 IPv6로의 이전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만연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IP와 관련, 지난해 IP스위치를 들고 나와 네트워크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입실론은 「IP 다이얼톤」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다시 한번 IP 분야의 개척자임을 과시했다.

입실론의 톰라이언 사장은 『IP 다이얼톤은 가정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도중에 사용자가 항상 인터넷에 접속된 상태로 있게 하는 개념으로 메일이 도착했을 때 이를 확인키 위해 인터넷접속을 시도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미래의 인터넷접속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위칭기술 분야에서는 지난해말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3계층 스위칭이 계속해서 이번 전시회에서 주요 이슈로 관심세례를 받았다.

<이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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