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성 흔들린다
올해는 지구상에 CPU가 선보인 지 만 25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듯 올들어 CPU시장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20년 이상 인텔이 장악해 온 PC용 CPU시장에 후발 호환칩 업체들이 먼저 고성능제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인터넷 환경을 앞세워 자바칩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서로 별개의 영역으로 보였던 축약명령어(RISC)와 복합명령어(CISC)방식의 CPU가 64비트 시장을 정점으로 영역 다툼에 들어간 것도 눈여겨 볼 만하다.
그중에서도 MMX 싸움으로 대변되는 PC용 CPU시장이 가장 흥미롭다. 인텔의 아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주역은 그간 호환칩 업체에 불과했던 AMD. 지난 95년 넥스젠을 인수한 AMD는 넥스젠의 뛰어난 설계력을 바탕으로 MMX기능을 내장한 「K6」를 4월 초 발표했다. 이는 각종 벤치마킹에서 당시 인텔의 상위기종인 P55C펜티엄 MMX칩보다 우수한 제품으로 나타났다. 인텔이 경쟁사에 비해 고성능 제품 출시에서 뒤진 것은 CPU 25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주재량 AMD 한국지사장은 『트랜지스터가 약 8백만개 내장된 K6는 넥스젠의 뛰어난 0.35미크론 회로설계기술을 채용해 개발한 MMX칩으로 1백66/2백/2백33 제품 등의 가격을 인텔의 동급기종보다 15%이상 낮춰 국내 5대 PC업체에 공급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전략』이라고 설명하며 『이처럼 AMD가 인텔이 출시예정인 펜티엄2(클라매스)급 MMX칩을 펜티엄급 가격에 공급할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CPU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뒤질세라 사이릭스도 MMX기능이 내장된 「M2」를 5월부터 삼성, 대우, 삼보 등 PC OEM업체뿐만 아니라 세진 등 대형 조립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1백66/1백80/2백/2백33 등 4가지 제품이 주력공급될 M2는 기존 57개의 MMX명령어 외에 별도의 추가 명령어 4개를 내장해 기능을 향상시킨 제품으로 사이릭스는 이 제품들의 가격을 인텔 동급제품보다 20% 이상 싸게 공급,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두 업체는 인텔의 신제품이 보드를 교체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르는 데 반해 기존 보드와 호환가능하다는 장점과 함께 인텔의 동급제품보다 20% 이상 우월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올 CPU시장의 30∼40%까지 시장점유율을 넓혀 나간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守成을 위한 인텔의 반격 채비도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이르면 5월중에 펜티엄프로에 MMX기술을 구현한 「펜티엄2(클라매스)」를 발표하고 4, Mbps분기 안에 노트북용 펜티엄2칩인 「데슈츠」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98년 1, Mbps분기까지 새로운 MMX기술인 「MMX2」를 채용한 「카트마이」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P55C에 채용된 MMX기술 개발 당시 2∼3년후 그래픽카드에 첨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3D 데이터 처리기능을 빼놓았는데 MMX2기술은 이 기능을 추가, 3D렌더링 성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기존 57개의 MMX명령어 외에 명령어를 추가로 내장할 예정이다.
이같은 인텔의 신제품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펜티엄2 출시 지연으로 인한 인텔의 위상하락은 좀처럼 회복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인텔이 기존 MMX기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개발중인 MMX2기술도 개발후 양산시점를 고려할 때 거의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현재 인텔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선 후발업체를 따돌리고 과거처럼 압도적 지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인텔의 입지를 한층 좁게 만든 또 하나는 MMX용어 사용문제. 인텔은 후발업체들의 약진에 제동을 걸기 위해 MMX용어 사용을 「펜티엄」과 같은 트레이드마크(TM)로 묶었으나 AMD, 사이릭스 등 호환업체들의 반발이 심해 독점적 사용도 여의치 않게 됐다.
최근 인텔은 이들 호환업체와 불필요한 MMX논쟁을 벌이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MMX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인텔이 MMX의 상표권을 갖는 대신 호환업체들도 MMX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협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초 MMX를 이용해 펜티엄에 버금가는 광고효과를 노렸던 인텔의 의도는 무산된 셈이다.
수요업체인 유명 PC업체 S社의 한 임원은 최근 칩시장 상황과 관련해 『최근 후발업체들의 잇따른 신제품 출시로 외양상 인텔이 MMX칩 시장에서 추월당한 형국이 벌어졌다』고 진단하며 『더 자세한 것은 호환칩업체들의 양산에 따른 문제점 발생유무를 점검한 후 분명하게 나타나겠지만 인텔이 경쟁업체에 비해 고성능칩을 늦게 공급하는것은 여하튼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CPU시장에 전에 볼수 없는 지각변동이 일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다 그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파워PC 진영이 2백50MHz 노트북용 CPU인 「아더」를 출시하고 곧이어 이보다 상위기종인 「마하」를 개발한다고 발표했고 사이릭스도 인터넷 및 멀티미디어 기능을 향상시킨 GX시리즈를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할 예정이어서 데스크톱 및 노트북용 CPU시장에서 구축해온 인텔의 아성은 올해 적지않게 흔들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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