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정형화한 형태가 없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의 기능을 발휘하는 주변기능을 많이 개발하고는 있지만 그것들이 조합되어 표준이 된 몸체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멀티미디어는 아직도 상징적인 개념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편의상 멀티미디어란 통신, 컴퓨터, 방송이 서로 융합되어 파생된 뉴미디어를 일컫는다. 스스로 정보를 처리하고 전송하며 수신하는 일체의 과정에서 보고 듣고 읽는 정보실행을 컴퓨터를 매개로 삼아 실제에 가까운 인간 커뮤니케이션이 행하여지는 기술이 멀티미디어인 것이다.
그래서 비록 이론적이긴 하지만 방송, 컴퓨터, 통신이 융합된 모습을 멀티미디어로 정의한다면 말할 나위 없이 3분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멀티미디어에 수반되는 생산과 소비의 전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자면 어느 한 기술에 치우치는 편협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컴퓨터 전문인들은 오직 컴퓨터에 관련된 기술에만 머무른다. 통신 분야에서도 컴퓨터를 다소 이해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방송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컴퓨터 기술에서도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본격적인 영상물의 제작과 전송에 대해서는 무심하다.
이는 잘못된 편견이다. 적어도 멀티미디어의 산업화를 꾀한다는 의욕이 있다면 세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서로 상호 중첩되는 사업적, 기술적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분야에 해당하는 틈새 수요를 탐색하여 적절한 멀티미디어의 수용을 어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방송분야는 매주 중요하다. 오락(Entertainment)에 대한 의미를 단순히 소모적이고 저속한 대중문화를 단편화시켜서는 안된다. 오늘날 오락은 산업의 한 분야로 정착되었고 오락의 상권은 국제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문화적 특수성을 극복해내는 범용적 소비형태를 취한다. 특히 오락으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와 문화적 유행의 심도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넓다.
그러한 오락이 전송되는 매체는 방송이다. 아무리 멀티미디어 기술이 훌륭하다해도 오락성을 배제하면 광범위한 수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개는 교육용이나 의료용 등과 같이 그럴싸한 분야에 치우쳐 멀티미디어의 용도를 정형화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이미 깊숙이 자리잡은 미디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디어의 대중적 수용을 기대하려면 무엇보다도 공통적 관심사인 오락물의 관여가 불가피하다. 멀티미디어에 있어서 방송의 속성은 충분조건을 아니다해도 절실한 필요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미 TV나 영화는 반세기를 넘는 산업적 역사를 통해서 일반 수용자의 습관화된 수용영역을 차지해 놓았다. 따라서 오락적 정서가 결여된 멀티미디어의 사회적 확산은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에 오락적 요소가 스며들면 멀티미디어의 확산은 자연스럽게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 진다.
우리는 컴퓨터를 통해서 은밀한 개인적 커뮤니케이션을 즐긴다. 이때 대중적 소구력이 높은오락적 콘텐트가 수반되면 더 말할 나위없이 그 수요가 광범위해 진다. 앞으로의 멀티미디어는 단순히 개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아니라 공동체적 참여가 주어지는 집단 커뮤니케이션도 추가되어야 한다.
멀티미디어 산업을 기획하는 실무자들은 반드시 수용자의 문화적 속성을 다각적으로 파악하여 미디어에 응용하는 문화적 전략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탁월한 기능의 멀티미디어라 해도 문화적 적응력을 갖추지 못하면 쓸모가 없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최근에 컴퓨터보다는 영화와 같은 오락적 콘텐트산업에 밀접히 움직이는 모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田錫昊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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