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재난이 몰려온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많은 사상자들까지발생한다. 절대로 이 위기상황을 탈출할 길은 없는 것 같다. 흔히 「재난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들은 대개가 이런 상황설정에서 시작된다.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을 것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등장인물을몰아 넣어놓고는,그들 사이에서 표출되는 공포와 갈등을 보여주다가 영웅적인 주인공에 의해가까스로 탈출하게 되는 것이 재난 영화들의 뻔한 이야기 구조다.그러나진부한 장르로 치부되던재난영화는 지난해 <트위스터>의 성공 이후로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장르가 됐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단테스 피크>는 영화적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트위스터>의 뒤를 이어 「신 재난영화 시대」를 본격화한 영화라는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사랑하는 사람을 화산폭발로 잃은 아픈 기억이 있는 화산학자 해리 달튼(피어스 브로스넌 분)이조용하고 편안한 산골마을 단테스 피크에 오게되면서 시작되는 <단테스 피크>는 화산 폭발을확신하는 달튼의 의견을 그의 상사가 섣부른 판단이라며 일축해 버리면서 대형 재난으로 가기위한 뻔한 수순을 밟게 된다.
결국 달튼의 예상대로 화산폭발이 일어나 건물이붕괴되고 도로가 끊기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주인공 달튼과 단테스 피크의 여시장인 완도(린다 헤밀턴)는 오히려 폭발하는 화산속으로 뛰어들어가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대폭발의중심에 남아 있게 되고, 힘겨운 과정을 통해 살아남아 결국 안전하게 구출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사실 <단테스 피크>는 이야기 구조상으로는 너무나 많은 헛점을 가진 영화다.그렇지만 영화 속의 화산폭발 장면들이 누가 보아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압권인 것 또한 사실이다.바로 여기서 「신재난영화」들의 본질이 읽어낼 수 있게 해주는 단초가 발견된다. 그것은 이전의 영화에서는 절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생생한 재난의 묘사를 가능하게 해주는 최첨단 SFX가 대게 이런 영화들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이 최첨단 SFX는 폭풍이나 화산폭발, 대홍수, 거대한 유람선의 침몰 등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 현실감있게 표현될 수 없는 장면들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게 해준다.
또 하나의 화산폭발 영화 <볼케이노>와 대홍수를 댜룬 <플러드>,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극비리에 추진중인 <타이타닉>과 스필버그 감독의 <잃어버린 세계>같은 영화들 역시 최첨단 SFX에 크게 의존해서제작되고 있는 「신 재난영화」의 부류라고 보면 최첨단 SFX를 용하여 세기말의 공포심리를 묘하게 팔아먹는 이런 영화들의 제작은 당분간 계속될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재난영화들이 개봉되건간에 그 작품들이 <단테스 피크>처럼 관객들을 우롱하는 또 다른 「재난」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여하튼 <단테스피크>를 통해 「신 재난 영화」의 본질을 조금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사용된 SFX와 제작 뒷얘기를 가득 담고 있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dantespeak.com/behindTmovie.html)을 꼭 들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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