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아프로만 메가톤급 부도 파장

「컴퓨터유통업계의 거함」 아프로만. 그동안 세진컴퓨터랜드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여오던 아프로만이 12일 부도를 내고 도산했다. 최근 한국IPC부도에 이어 터진 아프로만의 부도는 컴퓨터유통시장을 「불황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지난해초부터 시작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컴퓨터 판매마진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예고된 컴퓨터유통업계의 대혼란(?)이 97년 새해들어 한국 IPC와 멀티그램의 부도로 촉발되더니 드디어 아프로만을 통해 연쇄폭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도총액은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피해업체는 4백여개. 얼마전 부도를 낸 한국IPC의 피해액이 7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메가톤급 폭풍」이라 할 수 있다.

아프로만 부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체는 세양정보통신. 지난해 2월부터 아프로만과 거래해 온 세양정보통신은 이번 부도로 3백4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됐다. 이외에도 아프로만에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 등을 공급해 온 삼테크, 신성반도체 등 중소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크고 작은 수백개 업체들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게 됐다.

아프로만에 물품을 공급하고 어음을 받은 거래업체들은 지난 10일 저녘과 11일 오전부터 아프로만의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 용산, 강남, 강서지역과 지방 아프로만 대리점에 몰려들어 제품을 걷어가느라 아우성이었다. 이 와중에 더 많은 제품을 확보하려는 채권자들간의 심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아프로만의 부도로 인해 이들 업체가운데 4∼5개 업체가 이달중에 연쇄부도를 내고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와 거래해 온 수십개의 업체들도 연이어 도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IPC에 이어 아프로만 부도가 확정된 이후로 컴퓨터유통업계에는 은행의 자금대출이 상당히 어렵게 됐으며 연쇄부도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들은 부도를 우려한 채권자들의 현그지급을 요청하고 있어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아프로만의 부도는 3백억원대의 대형 제품공급업체인 세양정보통신이 지난달부터 아프로만과 거래를 중단한 것처럼보이긴 하지만 그내면을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 현재 컴퓨터유통시장의 환경이 「부도」라는 「필연의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이유를 들어 국내 「컴퓨터유통시장의 대공황(?)」의 시작되고 있으며 컴퓨터유통시장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난무하고 있다. 용산등 전자상가에는 올해초부터 대형 컴퓨터유통 업체인 H사, S사 등의 부도설이 파다하게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로만은 지난해 1천4백억원의 매출액을 달성, 전년의 6백억원보다 외형적으로는 2배 이상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적자폭도 눈덩이 처럼 불어나 지난 한햇동안 3백61억원의 적자를 봤다.

컴퓨터판매마진이 축소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난해 중순부터 아프로만은 CD대여사업과 양판점사업 등 신규사업에 대대적으로 참여하면서 자금흐름이 경색되고 매달 돌아오는 어음을 결제하기 위해 다시 자사제품을 덤핑 판매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아프로만의 부도는 현재 컴퓨터유통업체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전형적인 「외형 늘리기 」 위주의 경영방침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15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등 3개사의 부도로 관련업체의 손실은 총 2천억원에 육박하며 이 여향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컴퓨터유통시장이 회생불능의 상태로 주저 앉을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걱정스러운 것은 일련의 부도사태를 극복할 만한 묘안이 없는 것이다. 한보사태로 인한 자금경색현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뿌리가 깊지 않은 컴퓨터유통업계의 부도여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신영복,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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