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07)

블라우스의 앞자락 단추 사이를 헤집었다. 귀밑으로, 때로는 턱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치마 속, 때로는 스커트 한참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새끼손가락 하나가 혜경의 몸 이곳저곳을 스치듯 애무하며 불씨에 바람을 호호 불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혜경은 눈을 감았다.

아랫도리에 기운이 쑥 빠지는 듯했다.

육체의 불길, 독수리가 심어 놓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었다. 결국은 오늘도 환철을 불러들여야 할 것인가.

혜경은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육체에 붙은 불을 다스려줄 환철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승민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잠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승민과 연락이 돼도,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언제든 임의롭게 벗어날 수 있다면 한번 더 만날 수 있다. 어떻든 상관없다.

계속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방관이 든 관창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길게 솟아오르며 짧은 무지개를 그려냈다.

하지만 혜경은 그 무지개를 보지 못했다. 혜경은 등줄기에 붙은 무엇인가를 떨구어 내려는 듯 양 어깨를 움찔거렸다.

두번째 손가락은 등쪽이었다.

고리, 브래지어 끈의 고리로 다가들었다.

잡아당기는 듯했다. 놓는 듯했다. 놓았다가 다시 잡아당기는 듯했다.

혜경은 등에 붙은 물건을 떨어내듯 어깨를 움찔거렸다. 혜경의 몸에서 돌아다니던 불덩이들이 서서히 등쪽으로 몰려드는 듯했다.

아, 혜경은 다시 한 번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혜경은 환철의 손가락 하나가 자기의 등뒤로 다가들고 있다는 느낌에 빠져들며 짧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 손가락이 다시 혜경의 브래지어 고리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놓고, 당기고. 다시 놓고.

서서히 그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위쪽이었다. 늘 그랬다. 환철은 혜경의 젖가슴을 위에서 아래로 파고들었다. 아이의 젖을 먹일 때 여인네가 젖을 들추어내듯 환철도 혜경의 가슴을 브래지어 위로 들추어내곤 했다.

브래지어 끈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서 혜경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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