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일본 가정용 게임기 시장 확대일로

지난달 초 소니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는 도교 중심가에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자사의 32비트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누계 출하대수가 지난해 11월 말로 전세계에서 1천만대를 넘어섰고 또 일본 국내에서만 올 초 5백만대를 돌파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이 파티는 또한 게임기시장 주도권 장악을 내비치는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가정용 게임기시장은 일본의 닌텐도, 세가, SCE 3개사가 합계 90% 이상의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3사는 각각 「닌텐도64」 「세가새턴」 「플레이스테이션」을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팽팽히 맞서왔다.

그러나 지난해 크리마스를 분기점으로 SCE가 우위를 보이며 3사간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새턴의 일본 내 누계 출하대수를 비교하면 두 제품 모두 95년 5월 1백만대권에 진입했고 95년 말 2백만대권에 들어섰다. 이 평행구도는 지난해 말 무너졌다. 96년 10월 말 플레이스테이션이 4백만대 출하된 데 비해 세가새턴은 3백70만대로 처지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올 초 출하대수 5백만대를 돌파, 세가새턴과의 차이를 더 벌려놓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이처럼 약진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폭넓은 고객층의 확보가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다. SCE측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의 연령별 구입비율을 보면 20대 이상이 50%를 넘는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종래 게임기에선 초중고교생 등 학생층이 주고객이었으나 플레이스테이션의 경우는 30대 이상도 구매해 수요층이 훨씬 확대된 것이다.

물론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선 게임소프트웨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는데 SCE는 중소업체를 포함해 약 5백개 소프트웨어업체를 확보, 이에 대처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선 매주 수개씩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여 신규고객을 개척하고 있다.

유통시스템 개혁도 SCE 쾌주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도매점을 거쳐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종래의 게임소프트웨어 유통에서는 인기없는 제품의 재고심화나 가격붕괴가 자주 발생했다. SCE는 스스로 1차 도매점이 돼 소매점으로 소프트웨어를 직판하는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도입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이 결과는 SCE의 실적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96회계연도(97년 3월 마감)에서 매출액은 2천7백억∼2천8백억엔, 경상이익은 2백3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SCE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동남아시아지역에도 수출을 개시하는 등 해외로도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SCE가 쾌주하고 있는 반면 세가는 위축된 모습이다.

세가새턴의 고전은 소프트웨어 부족이 최대 원인으로 지적된다. 「버추얼파이터」 등 아케이드게임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가정용에 이식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인기제품이 주로 핵심고객으로 분류되는 마니어층을 위한 것이어서 다양성에서 SCE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세가는 돌파구를 우선 유통에서 찾고 있다. SCE와 마찬가지로 소매점에 소프트웨어를 직판하는 「특약점제도」를 도입하는 유통개혁에 착수했다.

또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세가는 대형 완구업체 반다이와 합병, 소프트웨어자원, 기술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기업경쟁력을 배가했다. 그러나 반다이의 주사업이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완구인 만큼 합병으로 새로 탄생한 세가반다이가 SCE처럼 고객층을 30대 이상으로까지 넓혀나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6월 「슈퍼마리오64」와 함께 64비트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64를 내놓은 닌텐도 역시 아직은 SCE에 뒤지는 모습이다. 판매개시 후 3개월 시점인 지난해 9월 1백16만대를 출하했지만 각 매장에 재고가 쌓여 있어 SCE에는 다소 뒤져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닌텐도에서도 자사의 열세를 인정한다. 그러나 장기전으론 자신있다는 태도를 보이며 그 전략으로 「하드웨어의 진화」와 「유통개혁」을 내걸고 있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우선 다음달 컨트롤러를 장착한 진동팩을 소매가 1천4백엔에 판매를 개시한다. 이 진동팩을 사용할 경우 경주게임에선 자동차 충돌시 컨트롤러를 잡은 손에 진동이 전달된다.

또 올해 안에 기억용량 약 64MB의 전용 자기디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외장형 주변기기 「닌텐도64 디스크드라이브(64DD)」를 판매할 계획이다.

유통개혁의 일환으론 이미 도매상의 외형에 맞게 상품을 할당하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소프트웨어 유통량 조절이 핵심인 이 제도를 통해 재고물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 하고 소프트웨어 가격붕괴도 막을 수 있다고 닌텐도측은 보고 있다.

닌텐도는 닌텐도64에 주력하는 한편으로 자사의 16비트 게임기 슈퍼패미컴의 수명도 연장시켜 나간다. 그 일환으로 올 봄 편의점 로손의 각 체인점에 CD롬의 데이터를 메모리반도체에 입력하는 장치를 설치해 고객에게 고쳐쓰기가능 플래시메모리 카세트를 통해 슈퍼패미컴용 게임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고객은 약 5천엔의 플래시메모리 카세트를 구입하고 타이틀당 1천∼4천엔인 게임소프트웨어 카피료를 지불한 후 각 체인점에 설치된 입력장치를 사용해 CD롬의 게임을 플래시메모리 카세트에 복사하면 된다.

이같은 전략으로 장기전에 임하면 올 연말성수기에 가서는 SCE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닌텐도측의 계산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 게임기에서 슈퍼마리오 이외에 히트를 장담할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는 닌텐도가 의도대로 장기전에서 승리할 지는 불투명하다. 더구나 대형 소프트웨어업체인 스퀘어에 이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개발업체인 에닉스마저 SCE진영에 가담해 상황은 닌텐도에 더욱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게임기시장 주도권은 플레이스테이션의 약진으로 상승세에 오른 SCE가 쥐고 있다. 올 게임기시장 경쟁은 이 SCE에 몸체를 2배로 부풀린 세가반다이와 기술력을 표방하는 닌텐도 두 업체가 추격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