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해외투자 대상국 다변화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투자 규모와 속도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크고 빠르다. 해외투자가 이처럼 대형화되고 공격적이라 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 경영의 세계화 측면도 있지만 이 보다도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 땅값 상승으로 인한 공장부지 확보의 어려움, 과다한 물류비용에다 그에 따른 원가부담, 그리고 각종 규제가 기업들로 하여금 제조시설의 해외이전을 앞당기게 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선진국의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 불어닥친 세계화 추세는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를 크게 활성화시키고 있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3사가 해외 현지공장에 대한 지역별 시장환경에 맞게 복합단지화 및 수직계열화 형태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전자산업진흥회가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의 「96 세계투자보고서」를 토대로 우리나라와 비교, 분석한 자료는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를 다시한번 깊이 생각하게 하는 몇가지 주요 시사점을 던져줬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동남아와 북미지역에 대한 투자비중이 전체의 87.5%에 이를 정도로 지역적 편중현상이 심각해 동일한 해외시장에서 우리 기업끼리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국이 우리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이 자료의 골자다. 또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제품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중간재를 대부분 현지에서 조달하기보다 한국에서 공급하는 체제를 갖춰 현지 생산품의 저가판매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고, 특히 중국과 아시아국가의 저가 공세에도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이 최근까지 보여준 해외투자는 현지시장 확보보다는 저렴한 노동력 확보나 무역장벽 해소를 위한 소극적 차원에서 이루어져 지역적으로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사업다각화 전략과 공정간 분업 또는 제품 차별화 분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 산업구조조정과 연계가 미비했다. 물론 12억 인구의 중국을 비롯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시장성을 보고 투자한 지역이다. 95년부터 확대되는 유럽지역 투자도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의 대체시장으로, 글로벌화에 대한 욕구 등이 주요인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투자 대상제품도 아시아지역과는 달리 반도체 칩과 같은 첨단제품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투자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다. 이같은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투자는 해당 국가부터는 고용증대효과, 산업활성화 등의 이유로 크게 환영받고 있지만 한편으론 대내 산업공동화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산업구조정책과 연계를 강화,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공동화 등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노동집약적이거나 단순조립분야의 해외투자는 국내외 생산공장과 보완 협력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함께 특정지역에 편중된 투자는 위험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당국과의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대상국의 다변화가 시급하다.

특히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의 해외투자를 탈피, 기술이전과 권한이양을 통한 현지화로 생산현장에서의 관리상 또는 관습과 문화차이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종전처럼 부품조달자본-인적자원-연구개발-경영관리 현지화가 아닌 자회사 설립-인재통합화-경영관리통합화-정보공유 순으로 현지화를 고도화할 때 가능하다.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직접개입보다 투자 효율성을 높일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국제경영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현지국과의 양호한 외교관계 유지는 물론이고 많은 경영정보를 제공하면서 중기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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