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한경쟁시대 막오른 "황금알" 통신서비스 (3)

상반기 중으로 시내전화 제2사업자가 탄생하면 90년대 들어 정보통신부 정책의 큰 줄기를 형성해 온 「선국내경쟁, 후대외개방」 정책이 완결된다.

이로써 독점의 혜택을 누려 온 한국통신도 그동안의 부분경쟁에 이어 전면경쟁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통신과 기타 사업자라는 1대 다수의 구도가 아니라 여러 통신사업자 중의 하나가 될 한국통신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한국통신이 매월 발행하는 「경영과 기술」 1월호는 전면경쟁시대를 맞이하는 한국통신 직원들의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997년도는 흥망성쇠의 분기점』이라는 비장한 문구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는 제안도 등장한다.

「민간 통신사업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처우에서도 보편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들여온 노력」을 몰라주고 전면경쟁환경에 내던져 버린 정부의 처사를 야속해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시티폰과 개인휴대통신 사업권을 획득함으로써 유선통신사업자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명실상부한 종합통신사업자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무궁화 위성 발사를 기점으로 통신과 방송을 결합해 종합 멀티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 놓았으며 상반기 중으로 정부출자기관으로 바뀌면 경영자율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는 경쟁확대에 못지 않게 한국통신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통신사업자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도이다.

전면경쟁시대에서 「한국통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답은 한국통신 주변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구 전화번호부를 고객이 전화국에 가져와 신 전화번호부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통신이 신 전화번호부를 고객에게 들고 가 구 전화번호부와 교환해야 한다』는 말이나 『전화국은 가전제품 대리점처럼 고객이 편안하게 들락거릴 수 있게 돼야 한다』는 표현들은 독점시대를 마감한 한국통신의 자기반성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한국통신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통신 직원들도 모른다」는 게 가장 정확할 답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한국통신은 현재 어느 정도 아노미 상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말 전격 부임한 이계철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강조하기 시작한 「통신망 고도화」라는 화두는 한국통신의 향후 변화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 크다.

이계철 사장의 이같은 인식은 최근 한국통신이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도 「통신망고도화」가 최우선과제로 선정될 만큼 곧바로 반영됐다.

『한국통신의 가장 큰 책무는 통신망 고도화에 있으며 다른 통신사업자는 경쟁사업자가 아니라 우리의 고객』이라는 이계철 사장의 말은 경쟁사업자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전면경쟁의 비장함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통신 직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전직 정보통신부 차관으로서 「경쟁확대」와 「통신망고도화」를 이끌어 온 이 사장의 이같은 인식은 『한국통신이 앞으로도 국내 통신시장의 맹주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품질향상에 의한 고객만족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설명에 이르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한국통신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내전화가 경쟁체제가 된다고 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전통적인 전화역무 구분법에 얽매여 있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이동전화 등 각종 무선통신도 넓게 보면 경쟁상품이며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는 통신기술 추세를 감안하면 완전자유화될 내년부터는 어떤 상품이 등장할 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즉 한국통신이 현재 상황에서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통신망 고도화」, 다시 말해 「품질향상」외에는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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