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밀어내기 근절 난항... 영상협회 반발로

비디오업계의 오랜 상관행인 「밀어내기」를 둘러싸고 제작사와 유통사간의 대립이 최근 첨예화하고 있다.올 1월부터 비닐이 훼손된 테이프에 대한 반품을 중단한 비디오제작사들의 결정에 대해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이하 영상협회)」 전국지부장단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것.이에따라 「밀어내기」근절을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은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일명 「꺽기」라고도 불리는 「밀어내기」란 최근 몇년동안 유통사들이 비디오영업시에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판매방식.신작타이틀 4장을 사려는 비디오숍주가 만일 6장을 주문할 경우,유통사가 2장을 더 얹어주겠다고 제안함으로써 구매량을 늘리는 식의 영업행태다.이때 비디오숍주는 8장을 받아서 모두 회전시킨 뒤,일반적으로 15∼30일 후에 돌아오는 대금결재시에 6장값만 계산해주고,덤으로 받은 2장은 되돌려 줄 수 있다.

결국 「밀어내기」의 전제조건은 비디오숍주가 대여를 위해 비닐을 벗겨낸 제품이라도 영업사원들이 별말없이 반품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이다.따라서 비디오업계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밀어내기」는 언뜻 「누이 좋고,매부 좋은」영업전략으로 보인다.유통사는 당초에 4장 주문받았던 물건을 2장 더 팔아서 좋고,비디오숍주들은 실컷 회전시킨테이프를 반품시켜 반짝이익을 챙길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영업형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이는 비디오 대여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자판기 커피 한잔 값보다 싼 「1백원」에 비디오를 빌려볼 수 있는덤핑숍이 생겨나고,유통사의 재고테이프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게 된 주범이 바로 「밀어내기 관행」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지난해의 경우 무리한 「밀어내기」에 따른 대량반품으로 유통사의 재고량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비디오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달간 비디오유통사들의 평균반품율은 평균30%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14만여장이 출고된 <이레이저>는 실판매가 10만장을 겨우 넘었는가 하면,<라스트맨 스탠딩>은 약 10만을 제작해 6만 3천여장만이판매되는 등 이른바 흥행작(대박)의 경우 재고량은 한 타이틀당 무려 3∼4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테이프의 공급과잉이 대여료덤핑을 부추기는 데다 회전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비디오숍주들역시 손해를 보는 것은 유통사와 마찬가지다.

이에따라 비디오제작사협의회가 올해부터 반품규정을 강화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자구책이라고 할수 있다.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통보되자 영상협회 산하지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영상협회 전국지부장단은 블록버스터 영화의 <인디펜던스 데이> 출시 직후인 지난달 20일「유통사들이 담합해 포장이 개봉된 테이프의 반품을 거부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이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이번 사태는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 성명서 발표에 앞서 대구광역시 지부는 <인디펜던스 데이>에 엄격한 반품율적용의사를 밝힌 우일영상에 대해 2일간 구매동결을 강행하기도 했다.영상협회 산하지부 소속 한 간부는『「밀어내기」가 악습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제작사협의회가 지난해에도 이의 중단을 발표한 후 몇 달만에 「밀어내기」를 되풀이 했다』면서 『영상협회중앙회 선거가 끝나는 2월말 새집행부와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음에도 독단적으로 반품규정강화를 통보했다』고 제작사협의회측의 무성의를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비디오유통업계는 무더기 반품사태가 재발할 경우 고발조치 하기로 합의하는등 「밀어내기」 근절의지를 밝혔으나 하반기 접어들면서 과열경쟁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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