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토픽] 운세정보 전성시대

운세정보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정보사회와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늘의 운세」 「사주팔자」 「궁합」 등 개인의 운세를 알려주는 정보서비스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직장인들은 아침 출근길에 조간신문에 실린 「오늘의 운세」를 살펴보고 네티즌들은 컴퓨터통신에 올라온 운세 사이트를 열어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심지어 인터넷에 접근, 서양의 점성술 사이트를 통해 동서양의 운세를 이중으로 체크해야 직성이 풀리는 네티즌들도 많다.

특히 통신을 이용한 만남, 즉 사이버 미팅에는 이같은 「사이버 운세점검」이 필수로 등장한다. 통신의 미팅코너에는 예외없이 「애정운」 「궁합」 등 다양한 운세정보를 「양념」처럼 끼워넣고 있다.

국내에 소개돼 있는 정보통신 이용 운세정보 서비스의 규모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천리안, 유니텔 등 4대 컴퓨터 통신망에는 독립적인 운세사이트도 있지만 미팅 사이트처럼 운세정보를 부수항목으로 운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인기있는 사이트라는 것만이 공통된 의견이다.

구체적 통계를 통해 규모를 짐작하기 쉬운 것은 700번 서비스로 통칭되는 전화를 이용한 음성정보 부문이다. 현재 전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700번 운세정보 사이트는 어림잡아 8백개가 넘는다. 700번 서비스의 총 사이트 수가 4천3백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노래방 서비스와 함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700번 서비스의 경우 운세정보 사이트 수는 계절적, 사회적 요인을 그대로 반영한다. 대학교 입학철이나 새해 운수에 관심을 갖는 연말에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물론 이용률도 이때가 연중 최대라고 한다.

운세정보의 호황은 운영자 수뿐 아니라 수익에서도 알 수 있다. 700번 서비스중 몇몇 인기있는 사이트는 한달 매출이 1억원을 거뜬히 넘는다. 30초당 50원의 요금을 받는 전화료로 이만한 외형을 갖는 것은 운세정보의 인기도를 잘 설명해준다.

이 때문에 700번 운세정보 코너에는 국내에 내로라 하는 역술인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경쟁자가 많으니 광고, 홍보 경쟁도 치열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운세정보가 폰팅 등 최근 청소년 문제가 되고 있는 여타 사이트와는 달리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큰 역기능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성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강성민 부장은 『운세정보 서비스는 이용자가 반드시 본인의 생년월일을 전화로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만 18세 이하는 자동으로 접근이 차단되는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다만 운용자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주술적 신비감을 주는 과당광고가 일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세정보의 700번 서비스 호황은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미국, 일본, 한국중 유독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다. 거의 폰섹스 서비스로 전환된 미국 등지와는 달리 유달리 자신의 운세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통신이 700번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유도하기 위해 운세정보를 무료로 시범서비스했던 것도 이 부문 활황세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운세정보 이용자들은 한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복채」를 들고 점쟁이를 찾아가 자신의 운명을 「게시」받고 심지어 회사의 명예퇴직자를 가려달라는 부탁까지 횡횡하는 사회전반의 분위기에서 운세정보 서비스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용요금도 저렴할 뿐더러 심심풀이 혹은 흥미 이상의 기대를 갖고 접근하는 네티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운세에 대한 관심은 굳이 입시나 새해운에 국한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분위가 뒤숭숭하거나 불안정할 때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왔다. 운세정보 서비스는 네트워크시대에 음란사이트와 함께 「돈이 되는 장사」로 급격히 부상, 정보사회의 새로운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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