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초등학교의 XT컴퓨터

지난 80년대 말 초등학교 「컴퓨터 교사」들은 수업시간이 겁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당시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교육전산망 구축사업 중 학교 컴퓨터교육을 위해 시범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한 컴퓨터들이 걸핏하면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구매해서 보급한 컴퓨터는 XT기종, 그것도 비용문제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를 뺀 제품이었고 교사용만이 제대로 하드디스크를 갖추고 한단계 높은 AT기종이었다. 또한 교사가 학생의 컴퓨터 학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교사의 PC와 학생들의 PC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묶었는데 이것이 자주 말썽을 피웠던 것이다.

당시 보급된 XT기종은 대부분 3백60kB 용량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를 장착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도 1.2MB 제품이 있었지만 값이 훨씬 비쌌기 때문에 대부분 3백60kB 제품이 채용됐고, 교육용 컴퓨터에는 말할 나위도 없었던 것이다. 이후 90년대 들어 PC의 주력이 AT기종으로 바뀌면서 FDD도 1.2MB 제품이 주종으로 자리잡아 3백60kB 제품은 거의 모습을 감췄다.

그런데 지금도 3백60kB 플로피 디스크(FD)를 사가는 이들이 간혹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교사나 초등학생이며 이유는 학교에서 XT컴퓨터를 쓰고 있어 집에서 쓰는 1.2MB FD를 학교에 가져가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컴퓨터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아이들은 이 3백60kB 제품을 집에 있는 고성능 PC에서 포맷해 못쓰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486이나 펜티엄 등 AT 이상급 PC들은 별다른 옵션을 주지 않을 경우 기본적으로 1.2MB 제품에 맞게 FD를 포맷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작은 용량의 제품을 억지로 4배 용량으로 만들다 보니 금새 불량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육성회가 주축이 돼 아이들이 사용하는 PC를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금 PC의 고성능화로 상당수의 쓸 만한 중고 PC들이 버려지고 있고, 이를 저개발국에 보내자는 논의도 일고 있는 마당에 우리 학생들이 아직까지 어른들이 소홀히 해서 발생한 문제로 어려움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