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정보통신 분야의 고급인력들이 대학으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들어 대학설립 요건이 완화되면서 신설대학 대부분이 전자 정보통신관련 학과 중심으로 교과를 편성하고 기존 대학들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인문사회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줄이는 대신 대학들은 전자 정보통신 학과의 정원을 크게 늘리고 교수를 충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연구계나 산업계에 근무하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경쟁적으로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 전자 정보통신업계에 때아닌 고급인력 대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가출연구소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고 산업계보다 신분이 한층 보장되는 대학교수직을 고급인력들이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신설 4년제대학 가운데 특수 대학을 제외한 경일대와 한라공과대학은 학과가 전자관련학과 중심으로 편성됐고 2년제인 예천전문대와 성덕전문대, 평택공전, 동아방송전문대 등도 전자관련 학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기존 4년제 대학가운데 지난 96년에 통폐합을 단행하지 못한 가톨릭대를 비롯해 건국대 국민대, 서울여대, 한성대, 한양대, 경남대, 울산대, 인제대, 목포대, 전주대 등도 올해 전자 및 정보관련 학과를 통폐합해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같은 교과편성으로 올해 전자 정보통신분야의 신규 교수인력은 줄잡아 2백여 명에 달할 것으로 대학의 한 관계자는 전망했다.
여기에다 기존 대학의 전자관련 학과에 대한 교육부의 평가가 끝나지 않은 대학을 중심으로 신규교수 임용이 이뤄지면 교수인력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학와 수원대는 이번에 신규교수를 임용 하는데 당초 계획보다 2명씩 적은 3명과 2명만을 충원하는데 그쳤다. 값작스럽게 교수충원을 추진하다보니 시일이 촉박해 당초 계획보다 인력을 줄였다.
이런 기회를 노려 전자통신연구소를 비롯한 각급 연구소의 박사급 고급두되들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내심 전직을 노리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소의 경우 이곳 출신 대학교수는 지금까지 총 3백10여명에 이르며 지난 한해 동안만 36명이 대학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이들은 대학내에 「ETRI동문회」를 만들어 정기적인 모임까지 갖고 있을 정도다.
전자통신연구소 인력개발 김덕수 부장은 『전자통신연구소의 경우 연구소 재직 10∼15년차가 대학으로 이동하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2∼3년차까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송진호 교수는 『인재들이 연구소나 산업계에 머물지 않고 대학에 들어 갈려고 하는 것은 장래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른 분야와 달리 전자 정보통신 분야는 기술의 라이프사이클이 워낙 짧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분야가 언제 사장기술로 전락할지 모르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인 대학을 선호하는 게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라고 연구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자 정보통신 분야 고급인력들은 산업계 근무을 회피하는 실정이다.
농심데이타시스템 김국영 상무는 『몇년전부터 박사학위 소지자들의 영입작업을 직 간접으로 추진해 왔으나 아직 성과가 없다』며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신분불안과 대우문제등 때문에 산업계에 머무려는 생각보다는 대학교수로 남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전산학과 항병연 교수는 『연구계와 산업계는 실적위주로 연구활동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려는 교수와는 상당한 시각 차를 보이고 있다』며 『대학은 자신들이 가지려는 독자적인 기술확보가 가능하고 그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진보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통신연구소는 채용 방식을 정식과 위촉연구원제도를 병행,실시하고 있다. 위촉연구원 제도를 도입한 것은 정상적인 연구활동을 수행하다가 중간에 대학으로 옮김으로써 발생되는 연구활동의 중단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여대 전산과학과 김명주교수는 『대학에 있으면서 연구계나 산업계의 기술수준이 학계보다 뒤쳐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일정기간 연구나 산업계에서 최첨단 실무수업을 받고 대학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대학에서도 충분히 가능해 짐에 따라 굳이 산업계를 거쳐 대학으로 가려는 경향이 크게 줄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의 교수충원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강화한 대학별 평가결과에 따라 대학의 등급이 결정되고 그에 따른 지원책도 차등 적용됨에 따라 평가기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수 확보율에 대학들이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대학과 기업간의 산학협동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학의 첨단기술과 산업계의 실무기술 노하우가 산학협동을 통한 공동프로젝트로 구체화되야 한다는 목소리다.
항공대 송 교수는 『전자정보통신 관련 기술은 이제 대학이 최첨단 집단』이라며 『이는 전자관련 기술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태동했고 교수들이 이들 나라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심데이타시스템의 김 상무는 『대학과의 산학공동 프로젝트는 상당히 효과적이고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특히 신기술분야에 있어 대학이 산업계보다 한발 앞서 있어 산업환경을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대학이 리드하는 환경에 와 있다』며 산학협동의 필요성 강조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구계나 산업계의 고급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신분보장과 함께 대우개선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진단이다.
<양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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