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新통신부품에 대한 대기업들의 배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아직까지 수출주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물론 고가의 불요불급한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급증한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성장곡선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일본업체의 조립하청기지 내지는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판매하는 간접적인 조립기지로 출발해 이제는 규모면에서나 질적인 측면에서 분야에 따라 일본과 대등한 수준의 자립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규모면에서 세계 2위의 경우도 일본과 핵심기술의 격차가 너무 크기때문에 세계2위로 선전하기에는 아직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수없다. 이같은 기술의 격차는 일본 등 선진업체들이 핵심기술 이전을 기피한 탓도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정부의 강력한 「수입장벽」 보호 울타리 안에서 오랜기간 안주, 부품기술 개발을 게을리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전자부품 산업 역시 이제 볼륨면에서는 가전, 컴퓨터, 통신을 비롯한 세트산업에 비해 손색없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내용면에서는 가전 등 세트산업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균형 상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그 기여도가 하락하기는 했으나 아직 대표적인 수출상품인 반도체의 경우도 국내 생산품의 대부분이 컴퓨터의 주기억장치로 주로 사용되는 「D램」이라는 메모리에 편중돼 있고 그 이외의 분야는 황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의 세계시장 비중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생산량의 7%도 되지 않아 대부분을 수출해야만 한다.

D램은 반도체 가운데서도 건전지처럼 어느 회사 제품이나 써도 되는 대표적인 「상품(Commodity)」이라는 특성상 적기에 물량을 출하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 참여업체들은 단위 재료(웨이퍼)당 제품생산량 확대와 불량률 최소화 및 차세대 제품시장 선점을 위한 선행투자에 매달리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D램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파동의 원인도 이같은 D램 산업의 특성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행히 최근들어 국내업체들이 D램 반도체 파동을 교훈삼아 그동안 상대적으로 도외시해 온 각종 비메모리 제품의 육성에 본격적인 관심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여기에 더 고무적인 것은 기존 부품업체는 물론 벤처기업 성격의 중소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그동안 거의 수입에 의존해 온 통신용 반도체 등 부품과 이를 조합해 기능 뭉치로 만든 모듈의 국산화 및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재벌 중심의 통신서비스업체나 관련 기기업체에서 부터 시작된 정보통신 사업참여 바람이 부품업계에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통신관련 반도체 및 부품류의 시장잠재력이 크고 부가가치도 높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범용부품 업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과 달리 통신부품 전문업체들은 지난해에 1백%의 매출신장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각종 신규 통신서비스 본격화에 따른 통신부품 시장 확대로 잇따른 사업 참여가 예상되며 범용부품의 경우도 관련 기기나 모듈용 신규 부품에서 적지 않은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통신부품시장은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새로운 분야이다. 따라서 이 분야를 제대로 살려나갈 경우 국내 부품업체들이 해외로 텃밭을 옮겨가면서까지 치르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 후발 부품업체들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맹아(萌芽)기에 있는 신통신부품업계가 핵심부품의 국산화와 기술력 제고는 물론 우리 부품으로 우리 세트를 만들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세트 대기업들의 관심어린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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