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정보통신업계 화제의 인물들

올해는 전자업계에 유난히 많은 화제의 인물, 혹은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컴퓨터가 혼수품 랭킹 2위에 오를 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해지면서 정보산업계 주요인물들의 언론 등장횟수도 크게 늘어 지명도만 따지면 연예인이나 정치인 못지않은 유명 인사가 됐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통신이 새로운 사이버 스페이스로 확고한 위상을 다지면서 이를 통한 사이버 스타들이 쏟아져 나왔다. 몸 하나만으로 전자산업에 도전, 장외주식등록을 거쳐 빌 게이츠 못지않은 「부」를 거머쥔 벤처기업 사장들은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컴퓨터 업계에서 올해 가장 많은 화제를 지속적으로 뿌린 사람은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그는 지난 4, 11 총선을 앞두고 민자당의 전국구 후보에 발탁됐다. 대표적 엔지니어인 그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일약 집권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것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일반인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이 사장은 금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민자당 전국구 예비후보 2번이며 박찬종 민자당 고문 등 1번에서 3번까지의 예비후보 이름에 모두 「찬」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세간에는 한때 「찬찬찬 시리즈」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또 한 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지난 여름 톱탤런트인 김희애와 결혼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은 이찬진-김희애 커플의 결혼식은 9월 21일 63빌딩에서 있었다.

한국 벤처기업의 대표주자인 이민화 메디슨 사장은 정치권에서의 공방전을 야기, 또 다른 의미에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홍구 민자당 대표가 지난 10월 국회 연설중 그를 지칭하면서 「우리시대의 영웅」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회의측에서 메디슨의 고속성장에는 정부의 특혜금융 의혹이 있다고 반격했다.

이 사장은 본의 아니게 정치권의 구설수에 휘말렸지만 이를 계기로 그의 「메디슨 신화」는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는 KAIST 동문 7명과 함께 지난 85년 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메디슨을 설립, 현재 세계 초음파진단기 시장의 20%, 국내는 70% 이상을 장악했다. 메디슨은 의료정보서비스업체인 메디다스를 비롯, 7개 계열사에 6개의 해외법인을 거느려 국내 벤처기업사상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인터넷 선풍에 힘입어 「96년의 스타」로 떠오른 사람은 허진호 아이네트 사장이다. KAIST 박사 출신인 그는 일찍부터 네트워크 사업에 눈을 돌렸고 인터넷 전문업체인 아이네트의 사장을 맡아 네티즌들에게는 「국내 인터넷의 대부」로 불리고 있다.

아이네트는 올해 종업원 1백명, 외형 8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허 사장은 사업영역 확장에서부터 인터넷 관련 강연, 정책 자문 등으로 눈코뜰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과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은 전자업계에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치부되는 일본과 관련, 「기념비」적 역할을 수행한 화제의 인물들이다.

안 사장은 그룹웨어인 「핸디 오피스」를 개발, 국내시장의 70%를 석권했고 지난달에는 일본의 FA업체인 야마다그룹에 3년간 1억2천만 달러 어치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키로 계약, 업계를 「경악」시킨 주인공이 됐다. 이 물량은 국내 소프트웨어 수출 사상 최대이며 그것도 일본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 사장은 공작기계부문에서 일본 파낙이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수치제어컨트롤러(CNC)의 자체 개발에 성공, 도전하고 있다. 경영 캐치프레이즈까지 「파낙을 잡자」로 정한 장 사장은 파낙 아성을 뚫고 매출 성장률을 해마다 1백% 이상 끌어올리는 한편 해외시장을 겨냥, 현대정공과 공동으로 수출용 선반 컨트롤러도 개발 완료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민화, 허진호, 안영경, 장흥순 사장이 모두 KAIST 동문이라는 점이다. KAIST 출신들이 한국 전자업계 벤처기업의 「파워 그룹」 「실세 집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폭락세를 거듭했던 주식시장에서 장외 등록과 동시에 「귀족주」 「황제주」지위를 차지한 반도체 관련 벤처기업의 경영자들도 「선망의 대상」이 됐다. 미래산업의 정문술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독특하게」 중앙정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초기의 실패를 딛고 지금은 2만2천개의 부품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대당 5억원짜리 반도체 검사장비인 「테스트 핸들러」를 생산하고 있다. 미래산업의 주가는 최근 23만∼24만원대에 이르러 정 사장은 수백억원이 넘는 주가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거부」가 됐다.

컴퓨터통신망을 강타한 「96 화제의 인물」은 단연 신정모라. 통신 토론란에 여성해방과 관련한 독설을 올려 유명했지만 정체가 베일에 덮여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가 한양대 법대를 나오고 지금은 대전에서 도서대여점을 경영하는 35세의 독신녀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토론란은 격렬한 논쟁에 휘말렸다.

특히 그의 여성해방에 관한 시각을 둘러싼 논쟁이 가장 뜨거웠고 심지어 그를 통신계에서 추방하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이밖에 통신소설은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 「아마게돈」으로 유명해진 야설록도 사이버스타 대접을 받고 있고, 아기공룡 둘리의 캐릭터를 창조한 김수정씨, 한국형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가능성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정통부로부터 신소프트웨어대상 11월상을 수상한 야화의 개발총괄자 에프이(FE)사 이경순 사장도 「96 화제의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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