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기 현대미디어 사장

『대량 생산으로 서체 가격을 떨어 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독특한 글꼴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이번 서체 제작 신기술 개발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진기 현대미디어(55)사장은 이번에 서울대와 공동으로 개발한 서체 제작 신기술과 제작도구(폰토피아)를 이용하면 적은 노력으로도 양질의 서체를 짧은 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어 서체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며 서체 가격의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미디어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수학적 원리를 이용해 몇 개의 기본적인 글자꼴만 입력해주면 글자의 특징과 공통점을 아내 한벌의 서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가나다」 「각간갇」과 같은 기본적인 글자체를 만들어주면 서체 개발도구가 나머지 「타파하」에 해당하는 글자까지 완벽하게 한벌의 서체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내 서체 개발업체들은 그동안 거의 전적으로 전문가에 의한 수작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사용해왔습니다. 미적 감각과 일관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지만 노동집약적이어서 생산성도 높지 않고 가격이 턱없이 비쌌다고 할 수 있지요. 이번에 현대가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글자꼴을 자동적으로 만들어줘 개발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체 시장의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대는 이 기술을 개발한 뒤 서체 사용자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미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별도의 미술 보조도구를 제작해 디자이너들의 세세한 요구를 글꼴 제작에 반영토록 하는 한편 자소변형 알고리듬을 이용해 최소한의 자소로 아름답고 규칙성있는 서체를 만들도록 했다. 또 한번 작업한 자소나 기타 미술적 데이터를 축적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며 궁극적으로는 각 개인의 요구에 맞춘 개인용 서체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업무용으로 쓸 수 있는 양질의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가 이번에 신서체 기술과 제작도구를 개발한 것은 그동안 신문전산제작시스템(CTS)사업을 하며 서체가 적어 경쟁에 크게 불리했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최종 선정과정에서 단 하나 서체의 열세로 물러나야 했던 경우가 허다했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양질의 서체를 자동제작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번에 내놓은 「폰토피아」가 그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대는 이번 서체 제작기술 개발을 계기로 CTS 사업에서 경쟁업체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기술을 주요 서체개발업체들에 개방해 양질의 서체 개발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 한자서체 개발도구를 개발,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한자 사용권 국가에 대한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며 내년도 시그래프와 컴덱스 등 관련 전시회에서 이 제품과 기술을 발표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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