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이 매달 주최하는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12월 주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 방안」이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2000년대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정한 이후 마련된 모임이라는 점에서 각계에 몸담고 있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됐다. 이번 모임에서는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이상훈 소장이 발제를 담당했고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사장, 유용석 한국정보학 사장, 나눔기술 윤석용 이사,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과 김호 과장 등이 분야별로 각각 주제를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한국전산원 표준본부 송관호 본부장, 정보통신부 산업지원과 김원식 과장,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이옥화 교수, 한국재활정보센터 나운환 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모임은 지난 24일 오전 7시 전경련회관에서 있었다.
<편집자>
<> 주제발표
「소프트웨어산업의 정책 육성 방안」-김호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과장
세계적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은 90년대 들어 95년까지 연평균 7.1%의 성장을 기록했고 향후 2000년까지 11%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정보화의 핵심분야이며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국내 산업은 91년부터 95년까지 연평균 32%라는 고속 성장을 이어 오고 있으나 95년 현재 세계 시장에서 1.2%, 국내총생산(GDP)의 0.35%라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특히 낮은 기술수준이나 인력부족, 업체의 영세성, 유통구조의 취약성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도 올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종합적인 지원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5개년으로 시행될 이 계획은 2001년까지 선진국 수준에 돌입한다는 목표 하에 인력, 기술, 시장, 산업환경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급속한 기술과 시장환경 변화가 반영되도록 연차별 연동 방식으로 시행될 것이다.
중점 지원 방향은 사내기술대학이나 학원, 정부출연연구소, SW지원센터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기술담보제나 공제사업, 스톡옵션제 등의 지원제도를 정비하며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창업지원센터, 병역특례 지원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불법복제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공공부문 수요확대,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 시장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의 현주소와 우리의 갈길」-유용석 한국정보공학 사장
중소 소프트웨어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취약한 내수 보다 해외시장을 진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를위해 신기술을 적극 수용해 틈새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해외 진출도 문화적으로 접근이 유리한 일본, 중국 등 동남아 시장을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장기적으로 유럽시장을 겨누어 볼 만하다.
해외시장 진출은 단독으로 하는 것 보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진출이 바람직할 것이며 대기업과의 컨소시업 구성 등이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틈새시장 개척도 중소업체들이 도전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국내 중소제조업체들의 경우 윈도95 기반의 소프트웨어는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윈도95 기반의 공장자동화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개발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유닉스 시장, 표준양식(SGML)을 기반으로 한 광속거래(CALS)나 전자상거래(EC), 자바로 대표되는 인터넷 관련 제품 등에 도전해 볼 만 하다.
틈새시장 개척도 중소기업간 특화된 전문분야를 살리면서 공동 개척할 수 있는 기술제휴 등이 적극 권장된다.
산학연 공동으로 신기술 수용과 이의 응용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국제적인 표준화 기술에 대한 연구가 절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기술수준의 정확한 파악과 문화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겠다.
「패키지소프트웨어 시장 현황과 전망」-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매년 2백만대 정도의 PC가 판매되고 있어 불법복제 문제만 해결된다면 시장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이 있어야겠지만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소프트웨어를 만들때 사용자 위주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제품에 없는 특수한 기능을 추가하기 보다는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틈새시장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장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현재 거의 붕괴되어 있는 유통채널을 대신할 유통솔루션을 가져야 할 것이며 직접 수요를 찾아나서는 공격적 영업 방법론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인력수급의 문제 해결을 위해 병역특례제의 확대가 필요하고 대기업이나 외국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관심과 지원분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고 장외시장(KOSDAQ)과 스톡옵션제의 활성화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 시스템이 조성되어야 겠다.
정부의 공공부문 구매에서 소프트웨어를 10% 의무적으로 구입키로 한 점은 고무적인 일이며 민간기업까지 확산되길 기대하며 불법복제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룹웨어시장 현황과 전망」-윤석용 나눔기술 이사
그룹웨어 분야는 기업의 정보인프라 투자 확대와 클라이언트서버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몇년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아직까지 활용분야가 주로 사무자동화의 측면에 국한되어 있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시장규모 확대가 제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 그룹웨어는 점차 세분화되고 통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장 세분화를 통한 시장의 성숙과 관련기술의 발전으로 업무시스템과의 연동이 긴밀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기간업무시스템의 핵심영역을 담당하면서 중요성 및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업계 및 정부차원의 관심 및 투자가 요청된다. 특히 그룹웨어는 그 나라의 문화 및 기업의 업무 특성과 연관이 많고 시스템통합(SI)적인 속성이 있다. 따라서 외국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초기에 집중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자금 등의 경우 지원 자금의 배분에 목적이 맞추어져 있어 금액수준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연구결과에 대한 기술적 조절도 힘든 실정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개발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대한 참여의 길을 확대해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 전문개발업체에게 자금지원과 제품개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토론내용
*이찬진:소프트웨어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요소기술의 부재와 개발 기술의 체계적 관리가 잘 이뤄지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에도 적지 않은 라이브러리가 존재하지만 정보가 없어 중복 개발에 많은 돈과 인력을 낭비하고 만다.
*이상훈: 진행 중인 개발 내용이나 업무를 문서화하는 습관이 돼 있지 않아 사람이 바뀌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우리기업들의 현실이다. 기업들의 재교육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 환경이 너무 급변하고 있지 않은가.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나 소프트웨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일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직결된다고 본다.
*송관호: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자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원론적인 얘기에만 치우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또 이를테면 품질기술이나 규격 같은 포괄적인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초고속망 사업의 경우 각부처별로 나눠하고 있는데 이는 표준이나 상호운용성에 큰 문제점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유용석:저희는 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지금까지는 아주 중요한 요소기술을 개발했는데 별로 쓸모가 없는지 정부가 별로 홍보를 안해줬다.
*이상훈:각종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너무 규격화돼 있다. 가령 어떤 프로젝트는 2년만에, 어떤 프로젝트는 3년 만에 하는 식이다. 기술의 변화에 따라 1년으로 단축할 수도 있고 4년으로 연장될 수도 있지 않은가.
*김원식:정부에 몸담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이런 때 참으로 난감하다. 특히 정부 입장과 역할이 무엇이냐에 고민이 많다. 과거 중화학이나 자동차 육성정책 수립 때는 정부 입장이 명확했다. 이를테면 수입은 철저히 막고 국산을 적극 장려하면 됐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너무 복잡하고 타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또 기술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정부로서 어떨게 할 도리가 없다.
*이옥화:불법복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에서는 불법복제가 나쁘다고 가르치지만 실제 학교제정상 불법복제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격정책이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운환:거시적 차원에서 경제 안정이 소프트웨어산업 활성화에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석용:중소기업과 대기업간 바람직한 역할 관계 정립이 시급하다. 대기업 계열 SI회사들은 요소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그것이 핵심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추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내 중소기업들의 역할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김호: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 개선도 중요하며 낮은 기술 수준과 인력 부족 등은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극복해야될 문제이다.
<정리:서현진,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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