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영상산업의 경쟁력 강화

박준영(朴埈永) KBS 영상사업단 대표이사

「영상산업」이란 말도 이제 꽤 익숙해졌다.

대기업의 위성방송 참여논쟁에서 보듯 공공성으로 대표되던 영상분야가 이젠 산업적 시각을 빼면 말이 안되는 상황이 도래했다.

하지만 주변상황은 아직 이러한 현실에 크게 못미친다.

지난주 KBS에서 주최한 「영상축전행사」 개막 후 업계 간담회에서 나온 말은 매우 충격적이다. 게임소프트웨어 규제감독기관이 「보건복지부」란 것이다.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틀림없이 보건복지부였다.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좋게 해석할 수도 있으나 「산업」이란 현실에선 석연치 않다. 사실 게임SW는 통상산업부, 과학기술처, 정보통신부, 문화체육부 등 관련 안되는 부처가 없다.

8천억∼1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게임소프트웨어시장의 90∼95%가 일본 중심의 외국 것이다. 만약 아예 관련부서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까진 안됐을지도 모른다.

『「쥐라기공원」의 상영수입은 우리의 자동차 2백만대 수출과 같다』는 한 보고서 이후 너도 나도 영상산업에 뛰어들고 또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손해볼 것이 뻔한 외국영화 구매경쟁에 하루살이가 불에 덤벼들 듯 죽자사자 끼어든다.

문제는 엄청난 금액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시장은 그만두고라도 미국영화 수입가격은 세계에서 다섯개 손가락에 든다. 30개 가까운 케이블TV의 프로그램도 적게는 30%에서 50%까지 외국물이다. 비디오시장은 85∼90%가 외국물이다. 참으로 큰 문제다.

이제는 우리말 더빙이 된 외국물이 외국위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안방에 쏟아지는 세상이 됐다. 막아질 일도 아니다. 우리의 혼까지 훑어갈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국내 영상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하며 그 우선순위는 일관되고 분야별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방송, 영상산업은 사업성이 있어야 한다.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대자본은 매체소유 이전에 영상사업에 투자될 수 있도록 지원돼야 한다.

또한 창작의 자유가 전적으로 보장되고 경쟁적이어야 한다. 국내의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성이 보장돼야 국제경쟁력도 갖게 된다. 이를위해 정부는 관련법의 체계적 보완, 정부부처내 기능의 통합조정과 세제 금융지원 등의 유인책 마련에 나서야 하고 그 활동은 전적으로 민간주도여야 한다.

영상물의 경쟁력 강화는 전략적인 종목 선정과 시장조성에서 찾아져야 한다. 만화 등 각 방송용 SW에 대한 중점 개발과 역사, 문화, 종교 등 유사한 배경을 가진 아시아권 시장개척이 첩경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 홍콩, 중국,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구성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뿐 아니라 기획자, 작가 등 인적 투자가 지속적이어야 한다. 중소 제작자를 위한 제작공간과 장비기자재 등의 임대사업도 육성해야 한다. 실질적인 자금지원을 담당할 「펀드기금」의 설립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시점이다. 이밖에 해외 소프트웨어 수입을 국내 실적과 묶는 제도적 유인책이 필요하며 컴퓨터, 영화통신과 첨단영상기법을 기존 방송제작에 도입하거나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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