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지진에 속수무책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진도 4.5의 지진으로 반도체 업계의 지진피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공정 특성이 워낙 미세한 진동이나 흔들림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LG실트론 등 웨이퍼 업체들의 피해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트론의 경우 구미공장이 강원 영월지역과 그리 멀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 데다 공정 특성상 인고트(웨이퍼 재료) 그로잉 장비인 크리스털 쿨러는 작은 흔들림에도 전량 불량처리할 수밖에 없어 비슷한 수준의 내진시설에도 불구하고 소자업체에 비해 피해가 컸다. 이번 지진으로 포스코휼스 천안공장에서도 그로잉 전체 공정의 5∼8% 정도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자업체의 경우도 당시 장비안에 입고된 웨이퍼의 경우 피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는 통상 지진으로 지반이 흔들리게 되면 장비에 부착된 센서가 1∼2초 동안 정지, 공정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웨이퍼가 회생된다 해도 수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내진시설도 충격을 1백% 흡수할 수는 없다』며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됐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지진걱정까지 해야 될 형편이어서 내년에는 가격걱정에다 지진걱정까지 몇중고를 겪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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