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소프트웨어산업 규모는 모두 3조2천여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조5천5백억원에 비해 25%가량 신장된 수치이다. 94년 1조8천4백억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2∼3년간 매년 20%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러나 올해 소프트웨어산업 경기에 대한 평가는 『침체기』였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체 시장에서 시스템통합(SI)을 포함한 정보서비스 분야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정보산업의 기초시장이라할 수 있는 패키지 등 순수 소프트웨어 시장은 매우 어려운 행보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진출은 더욱 거세졌고 국내 기업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외국 제품의 대리점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데스크톱 분야는 대기업들의 인력 스카웃 열풍 때문에 영업 외의 집안단속에도 힘겨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독자적인 노력과 의지로 내일의 희망을 불태우는 업체들도 적지않게 부각됐다. 소프트웨어산업을 데스크톱, 클라이언트서버, 인터넷, 인트라넷, CAD, CAM 그리고 올해 성장을 주도한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2회로 묶어 결산해본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데스크톱과 클라이언트서버 부문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데스크톱>
PC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는 데스크톱 부문은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용자 층을 형성해 왔다. 워드프로세서의 경우 한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산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올해도 이러한 입지를 지킬 수 있었으나 「윈도95」의 확산과 함께 「MS워드」의 시장 잠식이 매서웠던 한 해였다. 특히 「MS엑셀」이나 「MS파워포인트」 등 몇개의 응용프로그램과 함께 묶음으로 판매되는 「MS오피스」의 강세가 국산 워드프로세서의 위치를 흔들었던 주요 원인이었다. 뒤늦게 한글과컴퓨터사도 「한글오피스96」을 출시 호조를 보이면서 안방다지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예감케 하는 소프트웨어가 번역소프트웨어 분야였다. 영한번역과 일한번역 소프트웨어의 경우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과 함께 상당히 주목받는 소프트웨어였다. 올 6월 「SEK96」 전시회에서 돌풍처럼 나타난 언어공학연구소의 「트래니」를 비롯해 「앙꼬르」, 「워드체인지」 등 영한번역소프트웨어의 경우 번역율면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지만 가능성면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번역소프트웨어 시장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활황세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가정에서 PC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가정용소프트웨어 시장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CD롬 타이틀을 중심으로 각종 교육용 타이틀이 대거 선보였고 무엇보다도 LG소프트웨어, 삼성전자, 포스데이타 등 대기업들이 가정용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선언한 것이다. 「종이와 연필 그리고 물감」을 선보인 LG소프트웨어는 최근 다시 「말하는 척척박사」를 출시한데 이어 가정용 명함관리 소프트웨어 등 후속제품을 계속 출시할 예정인 등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PC 기반의 중소기업관리용 패키지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변신 노력이다. 외국의 대형 패키지 업체들이 전사적자원관리(ERP)란 이름으로 물밀듯이 몰려오자 한국기업전산원, 한국하이네트, 삼일회계법인, KBC 등 관련업체들이 한국형 ERP 개발을 선언, 국내 시장지키기 및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는 인터넷의 한해였다고 할 만큼 인터넷의 열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이에 따라 모든 소프트웨어가 인터넷과의 연계성을 내세우지 않고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데스크톱부문에서의 이러한 경향은 97년 이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클라이언트서버>
클라이언트서버 부문은 인터넷 열기와 경기침체 등 시장 밖의 예기치 못했던 돌발변수로 인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직면해 모든 업체들이 곤란을 겪었던 한해였다.
지난해말부터 해외에서 서서히 불어닥친 인터넷 열풍은 올초 미 네트스케이프사 짐 클라크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통적인 클라이언트서버 기반의 소프트웨어 시장이 예상 보다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낙관되던 경제전망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경기 「연착륙」이 아닌 「추락」 상황으로 급전직하하며 거센 인원감축의 바람이 불어 전산투자 의지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같은 시장 안밖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화로 인해 올해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경기전망, 매출목표 달성 등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클라이언트서버 시장에서 관심을 끌었던 주요 사항을 점검해보면 우선 유닉스 진영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NT」의 공세를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글 윈도NT3.51」로 유닉스 진영을 서서히 압박하더니 지난 8월 클라이언트서버와 인트라넷이 통합된 윈도NT4.0」을 발표한데 이어 막판에 이 제품의 한글버전을 발표, 빠른 속도로 유닉스 진영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적극적인 제품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까지만 해도 윈도NT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하드웨어 공급업체들도 컴팩, 디지탈을 필두로 NCR, HP, IBM, 피라미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거의 대부분 중대형 업체들이 속속 NT기종을 주력제품으로 발표해 윈도NT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맞았다.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사들도 지난해 까지는 클라이언트서버시장에서는 유닉스만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해왔으나 올들어서는 유닉스와 함께 반드시 윈도NT버전을 내놓을 정도로 올해 클라이언트서버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가 거셌다고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서버부문에서는 또 윈도NT의 공세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DBMS)들의 고속 신장세가 지속됐던 점도 주목할 만한 상황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DBMS 시장에서는 한국오라클, 한국사이베이스, 인포믹스다우코리아 등 이른바 3대 공급사들이 금융시장개방, 신규통신 사업자선정 등 신규수요요인과 정부 기관 및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전산화 수요에 힘입어 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한편 경기추락과 함께 올해 클라이언트서버 부문에서는 인터넷 열풍이라는 변수가 불어닥쳤는데 이 두가지 요인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분야가 그룹웨어이다.
핸디소프트, 나눔기술, 한국기업전산원, 슈퍼스타소프트웨어 등 국내 주요 그룹웨어업체들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꾸준한 매출신장세에 힘들어 올해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전체 시장 규모가 약 5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장미빛 전망으로 한해를 열었었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 업체들의 전망은 급작스레 불어닥친 인터넷의 열풍과 경기침체로 인해 한마디로 「희망사항」에 그치고 말았다. 인터넷/인트라네트의 열기 속에서 그룹웨어 도입이 계속 연기된데다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아예 도입계획 자체를 취소하는 기업까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업체들이 인터넷 기능을 자체 제품에 수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으로 지난해 수준의 매출액은 유지했자는 점일 것이다.
<함종렬, 김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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