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대기업 납품대금 현금결제 97년에도 지속될까

대기업들의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결제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부품업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소 협력사에 대한 현금결제는 올 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호응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전면적으로 도입, 시행해 온 것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환영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반적인 전자산업 경기부진으로 세트업체들의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최근 이들 대기업이 내년도 협력사에 대한 현금결제를 어음결제로 환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최근 빈번히 열리고 있는 가전 3사 등 세트업체들의 협력업체에 대한 내년도 신제품 개발계획 설명회, 對협력사 정책설명회에서 중소 협력사들이 현금결제를 지속해줄 것을 줄곧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협력사들의 이같은 우려와 달리 납품대금 현금결제는 일단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손익구조가 크게 악화된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현금결제 한도는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 LG, 대우 등 가전 3사가 내년에도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대금 현금결제를 계속 시행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LG전자의 구매담당자는 『현행 1천만원 이하에 대한 현금결제 제도를 내년에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2백만원 이하의 대금을 현금결제하고 있는 대우전자도 『현금결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더라도 한도는 절대 줄이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재 납품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해 주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이 큰 점을 감안, 현금결제의 한도를 다소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지만 현금결제를 아예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한도축소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에서는 내년도 정치적인 상황과 연계, 현금결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대선을 앞두고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펼쳐야 하는 정부가 내년에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현금결제를 축소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대기업 스스로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된 제도를 경기가 조금 나쁘다고 해서 폐지해 버리기에는 명분이 약하고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폐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트업체들의 내년도 협력사 지원정책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현금결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대기업들의 현금결제가 지속된다 해도 그 지원규모는 올해보다 결코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대기업들이 이같은 현금결제에 따른 어려움을 다른 방식으로 보충하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납품업체 선정에 있어 입찰제를 도입하고 납품업체 소수화 및 배정물량 대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납품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하나의 보완정책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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