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통제실장과 통화를 끝낸 심재학 대장은 대원을 불러 시청과 종각역 관리자를 찾아 환풍장치를 차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자욱한 연기 때문에 요원들이 역사를 벗어나 있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장, 문제는 도시가스인 것 같소. 어떻게 도시가스의 폭발을 방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소.』
『그렇소. 도로 옆 건물마다 도시가스가 안 들어간 곳이 없을 거요. 건물 지하식당마다 도시가스를 이용하고 있을 것이오.』
도시가스.
심재학 대장은 불길이 솟구치고 있는 맨홀을 바라보면서 도시가스 폭발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맨홀 화재는 국한된 공간 안의 화재인 만큼 화재 범위가 국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도시가스가 폭발한다면 주변건물 모두에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심재학 대장은 시계를 보았다.
16:40.
원래 보이는 적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무서운 법이다. 심재학 대장은 이제 불꽃이 솟아오르는 맨홀 속으로 관창을 들이대고 물을 쏟아 붓기 시작하는 소방관들을 바라보았다. 세종로 지하도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도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 속에는 대형 서점이 연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대리라고 했죠?』
심재학 대장은 지하 도면을 챙기고 있는 김 대리에게 말을 건넸다.
『네, 그렇습니다.』
『맨홀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케이블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예, 맨홀에서 각 건물마다 케이블로 들어갔습니다. 건물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광화문 부근의 고층 빌딩으로 많은 양의 케이블이 건물마다 인입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케이블을 통해서 건물에 화재가 번질 수 있겠는데요?』
『그렇습니다. 지금 타고 있는 케이블을 그대로 놔둔다면 건물로까지 불길이 번질 수 있습니다.』
『건물까지?』
건물에 전화선이 연결 안된 사무실은 없다. 통신케이블을 통하여 불길이 번진다면 광화문 부근의 많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하, 보이지 않는 지하를 통하여 부근 대형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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