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 통신산업의 미래는 민영화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역 각국 정부들은 효율적인 민영화 추진을 통해 해외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네트워크의 현대화를 이룩하는 데 통신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동유럽지역에 투입된 외국업체의 직접투자액은 1백13억달러로, 94년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액이 통신부문에 투자됐다는 사실은 동유럽 통신시장이 그만큼 해외업체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외에 이 지역 평균 전화보급률이 인구 1백명당 15명으로 전체 유럽의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 지역에 거는 기대치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 가운데는 헝가리와 체코정부가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가장 높은 편이다. 헝가리의 경우 동유럽에서 국영 통신업체의 민영화를 가장 먼저 시작, 지난해 12월 국영 마타브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했다. 이밖에 미국 아메리테크와 독일의 DT에 통신라이선스를 발급해 마자르컴이라는 업체를 공동 설립토록 허가했다. 체코는 국영 SPT텔레컴의 주식을 네덜란드의 PTT에 매각, 현재 정부는 27% 정도의 지분만을 갖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뒤를 따르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른 경제개혁의 길을 걷고 있는 폴란드는 지난 6월 국영 텔레커뮤니카시 폴스카의 민영화에 착수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불가리아, 슬로바이카, 슬로베니아에 비하면 민영화 조치를 비교적 조심스럽게 취하는 축에 속한다. 불가리아 등도 국영업체의 주식매각에 나설 방침인데 매각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상당량이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유럽지역 정부의 공통적인 시장개방 지침은 장거리 및 국제전화에서는 국영독점의 틀을 가급적 유지하면서 지역전화시장에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이를 따르고 있다. 헝가리는 지난 7월 프랑스의 콤파니 제네랄 데조(CGE), 미국의 HTCC에게 지역전화서비스 시장사업을 허가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지역시장 개방일정은 발표하지 않은 채 장거리 및 국제전화시장은 오는 2002년까지 현재의 독점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의 통신네트워크 현대화도 정부의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정부는 지난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 네트워크의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루마니아도 이미 일본 토멘의 장비를 도입, 자국 내 주요 도시를 잇는 1천7백에 달하는 네트워크를 현대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지멘스와 함께 국영 롬텔레컴이 운용중인 국가기간망 총연장 5천를 광케이블망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구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투자환수가 가장 빠른 이동, 위성통신 서비스부문에 대한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조기 투자환수 심리는 이 지역이 안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성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프랑스텔레콤(FT)과 아메리테크는 올해 초 폴란드에서 유럽 이동통신표준(GSM) 서비스 사업권을 상실하기도 했다.
서구업체들은 또 이 지역에서는 사업권 취득보다는 제휴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이 지역 정부의 구미에도 들어맞아 이 지역 휴대전화부문에서 특히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한해 동유럽에서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거의 90%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이는 서유럽의 60% 성장에 비해 1.3배나 높은 수치. 전반적인 보급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헝가리의 경우 휴대전화 이용자 수가 벨기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현재 이 지역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75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이외에도 GSM를 포함한 디지털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동유럽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GSM 서비스 사업자가 지금은 10개로 늘어날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DCS-1800에 기반한 서비스도 제공될 계획인 것을 비롯해 디지털서비스는 동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동유럽 각국 정부들은 외국업체에 투자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추진주체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되면 동유럽 국가들은 외국으로부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개선과 아울러 시장경쟁력 제고라는 두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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