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서 만화비디오가 얼마나 팔릴 수 있을까」. 월트디즈니사와 판매대행계약을 한 제일제당이 27일 첫 출시작으로 「토이스토리」를 슈퍼마켓에 공급한다. 디즈니측의 소비자 직판용 「토이스토리」 예상판매량은 15만장(대여용까지 포함하면 25만장). 이 중 슈퍼마켓 유통을 맡게될 제일제당이 과연 몇%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는 것. 일단 이면계약으로 제일제당측에 할당된 미니멈 개런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판매대행사들이 신작 출시에 앞서 다소 무리한 미니멈 개런티 제시로 재고부담을 떠안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이같은 특별대우(?)는 전국적 규모의 슈퍼마켓 유통이 처음이어서 예상판매량을 가늠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후발주자인 제일제당으로서는 시장개척을 위해 영업조직을 풀 가동시킬 것이므로 굳이 미니멈 개런티가 필요 없다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슈퍼마켓 판매와 관련, 디즈니사가 밝힌 기대치는 3만장 선인데 비해 제일제당의 비디오 마케팅 담당자는 향후 3개월 내에 7만5천장 판매를 호언장담하고 있다. 전국 5천개의 직거래 슈퍼마켓을 통해 소비자직판 물량의 15만장의 50% 정도는 커버할 자신이 있다는 것.
소비자직판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에서 만화비디오는 「프라이스클럽」 「마크로」와 같은 창고형 할인점, 「월마트」와 같은 체인슈퍼, 「블록버스터」 「타워레코드」 식의 멀티소프트 복합매장 등에서 많이 팔려나가지만, 이같은 초대형 매장이 소매유통을 장악하지 못한 국내시장의 경우는 당분간 슈퍼마켓이 소비자직판 비디오의 최대 판매처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토이스토리」 실판매가 2만장을 넘기 힘들 것이며, 대략 3가지 측면에서 제일제당이 고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제일제당의 직거래매장 5천점 중 현실적으로 비디오 매대 설치가 가능한 1천 곳 내외의 대형슈퍼에 일제히 만화비디오를 입점시키려면 초기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들어 초대형 창고매장이나 백화점 할인코너의 저가판매로 수세에 몰려 평당 매출액에 민감할 대로 민감해진 업주들을 설득시켜 생필품 대신 비디오 매대를 설치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 둘째 비디오가 책처럼 소장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미미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영업라인을 가동시켰을 때 발생되는 재고부담은 유통사인 제일제당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토이스토리」에 관한 한 전량 반품을 보장받았다 하더라도 이같이 다른 디스트리뷰터와 형평성을 무시한 파격적인 공급조건을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
셋째 월트디즈니사가 현재와 같이 대여용 소비자직판용 구분 없이 대리점 출고가 1만4천원(현재 재계약을 앞둔 스타맥스만 1만3천8백원), 소비자가 2만원의 가격평준화 정책을 고수하는 한 제일제당이 다른 디스트리뷰터에 비해 판매량 우위를 점하기란 힘들 뿐만 아니라, 슈퍼마켓이 정가 판매를 유지할 경우 오히려 불리해진다. 전국 2만여개의 비디오숍은 디즈니 비디오를 대여용으로 구입해 어느정도 회전시킨 후 1만8천원 내외 가격으로 판매할 가능성이 높고, (유)미라클과 디즈니의 거래중단 이후 공급루트가 차단된 「프라이스클럽」 등도 불법유통경로를 통해 물건을 받아 할인가에 판매할 여지가 있기 때문.
그러나 대여시장이 성장을 멈춘 후 너나없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유통사들은 제일제당이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슈퍼마켓이라는 신유통을 개척, 소비자 직판을 활성화시켜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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