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작기계 산업육성 시급하다

공작기계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제조업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고 산업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필수적인 산업시설임에도 불구하고 對日 무역역조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기술력이 뒤져 있는 게 바로 공작기계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으로 치면 머리에 해당하는 핵심부품이며 생산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컨트롤러가 국산화되지 않아 주 수입선인 일본업체가 컨트롤러 가격을 올리면 덩달아 제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는 게 우리 공작기계산업의 현주소다.

이처럼 기계를 만드는 기계 또는 기계의 어머니(Mother Machine)라고 불리는 공작기계를 비롯 우리의 기계산업이 전반적으로 낙후된 것에 대한 첫번째 책임은 공작기계업체에 있다. 기술투자 및 제품개발을 외면하고 수입판매에 연연,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책임도 이에 못지않다. 정부가 가공품위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침에 따라 기반기술인 기계산업의 입지를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기계산업 육성을 위해 아무것도 안한것은 아니다. 뒤늦었지만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기계산업 육성에 나섰고 수입선다변화제도를 통해 일본 공작기계 수입을 제한함에 따라 한, 일 업체간 기술제휴를 촉진시키는 등 기계산업 발전정책을 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이러한 바람막이식 정책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비NC수평선반이 지난 95년에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됐으며 올 7월에는 무릎형 NC밀링머신과 호닝반이 풀렸고 수출 주력기종인 NC선반과 머시닝센터를 중심으로 한 NC공작기계도 오는 99년에는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공작기계산업 육성의 시급성을 재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경제의 미래와 직결되는 기계산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수입선 다변화 조치를 해제하기 이전에 대응방안부터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계산업은 수입선 다변화 조치로 완제품 유입이 원천 봉쇄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對日 무역수지 적자액이 1백27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기술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격차가 대일 기술의존-기계류 부품소자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 심화-대일 무역적자의 누증-전체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수입선 다변화 조치가 해제되면 이러한 판도마저 깨지게 된다. 수입선 다변화에 묶여 한국과의 기술제휴에 응했던 일본업체가 기술수출을 지양하고 직접 진출하기 때문에 핵심기술이나 첨단기술 도입은 불가능해 진다. 현재 핵심부품의 20∼4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국산화를 확대해도 20% 정도는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업체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개방이후 국내업체들이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유통망도 초기에는 힘을 발휘하지만 일본업체들이 전세계에 걸쳐 48시간 이내 부품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제품설계에서부터 사후 유지관리까지를 생각하고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방후 1~2년내에 대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결국 수입선 다변화제도 해제는 단순한 시장개방이 아니라 작게는 관련업계의 생존문제와, 크게는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관련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영업 및 AS망을 단계적으로 재정비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거나 시장성이 적은 품목은 제품을 개선하거나 라인을 축소하며 앞으로 3∼4년간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범용 NC선반과 머시닝센터를 세분화해 주력제품을 선정, 집중 육성해야 하며 기술제휴선을 유럽, 미국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정책당국도 기계산업의 성패가 우리 경제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을 십분인식해 우리의 기계산업이 자립하고 수출산업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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