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합리화라는 명목으로 한계사업정리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사업이 적자누적으로 경영난을 심화시킬 뿐 회생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사업 초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3DO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멀티미디어사업의 효시인 3DO사업이 회생되지 못한 채 불과 2년만에 운명을 다하게 됐다.
3DO사업의 실패 원인과 사업과정, 의미 등을 몇 차례 나눠서 살펴본다.
<편집자>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평택공장. LG의 지방공장 중에 하나인 이 공장은 그동안 CD롬드라이브, CDI, 3DO 등 멀티미디어기기의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CD롬사업의 호조로 활기가 넘쳤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생산품목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1백80도 바뀌었다. 대표적인 적자공장으로 지목되어 그룹 감사를 받는 상황으로 처지가 변했다.
전자의 경영난에 대한 원인과 대처방안을 모색키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번 그룹감사에서 도마위에 오른 사업 중에 하나가 바로 3DO사업이다.
3DO사업은 지난 94년 사업 초기만해도 멀티미디어사업을 대표하는 사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룹측의 지원도 절대적이었다. 취임한지 한달만에 해외순방에 나선 구본무 회장은 해외순방 일정에 평소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관심을 반영, 3DO사의 방문도 포함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3DO사업이 출발한지 불과 2년만에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사업포기라는 선언을 받았다.
결국 미래가 보이지 않는 3DO사업은 지난 7월에 멀티미디어사업 본부장으로 부임한 이은준 부사장의 최종결정으로 운명을 다했다.
부임한 지 얼마 안된 이 부사장은 멀티미디어사업의 핵이었던 3DO 및 CDO사업 등의 전반적인 사업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TFT를 구성시켰다. 관련부서에서 선발된 TFT는 두달 이상 평택공장에 상주하면서 더 이상 회생기미가 없는 3DO사업의 포기 등을 내용으로 한 충격적인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TFT의 이같은 중간보고에 따라 지난 10월 초에 열린 팀장회의에서 3DO사업의 운명은 결정됐다.
내년도 사업계획 등을 검토한 이 자리에서 이은준 부사장은 『올 연말 안으로 악성재고로 쌓여 있는 3DO의 부품 등을 처분하겠다』면서 『3DO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인 이같은 결정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그룹감사에서 다시 확인됐다.
『3DO사업이 회생할 수 있습니까』라는 그룹감사팀의 질문에 되돌아온 답은 『회생기미가 없다』라는 것.
3DO사업의 이같은 운명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LG전자는 올해 들어와 3DO사업을 축소하면서 손 떼는 시기만을 보고 있었다. LG전자는 3DO사업에 대한 지분철수결정과 함께 3DO의 후속모델인 64비트게임기 M2에 대한 마쓰시타의 협력제의를 거부한데서 3DO사업의 미래를 읽을 수 있었다.
결국 3DO사업은 2년만에 국내 멀티미디어사업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됐다.
<원철린 기자>
3DO사업일지
93년 9월 하이미디어선언
94년 6월 3DO사에 1천만불투자 (지분 3.04%)
94년 9월 27일 하이미디어선언 1주년기념 신제품발표회
94년 12월 2일 3DO사업 설명회(트윈타워)
94년 12월 20일 3DO한국시장출정식(평택공장)
95년 1월 영국, 독일 등 유럽지역의 수출 본격화. 타이틀개발비 1백60억원 등 총 4백억원 투자계획 확정
96년 1월 3DO프라자 철수검토, 3DO지분매각 추진
96년 11월 사업철수 결정. 사업부해체 인력정리
12월까지 재고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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