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起 鎬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10%이상의 고 성장률로 세계를 놀라게 해 온 우리 경제는 작년 말부터 성장률이 눈에 띠게 둔화되더니 연간 성장 목표를 8%에서 그 이하로 낮추고도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무역 적자는 커져서 올해는 사상 초유의 무역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바로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은 고임금, 고이자율, 고토지 비용, 고 물류 비용 등 4고 현상에 있다는 분석이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지만 묘책이란 있을 수 없다. 임금이나 임대료의 동결을 유도한다던가, 이자율을 강제로 인하하는 등의 대증적인 임시 방편으로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임금의 동결은 노동자와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임대료 동결 문제는 제6공화국 말기의 신 임대차 보호법 시행 시의 혼란을 기억하게 한다. 이자율의 인위적인 인하 조치는 통화량의 증가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위험이 있다. 중병이 든 사람에게 기초 체력을 보강하여 병과 싸우게 하는 이치와 같이 우리 경제도 소홀하기 쉬운 기초부터 점검하고 우리의 취약점을 강화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산업 기술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기초 체력 보강 처방이다. 기술 기반에 대한 정의는 학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기술 개발 능력 함양을 위한 제반의 공공재적 성격을 띄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의 져스트맨 교수는 『기술 기반이란 기술 획득과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유형적, 무형적 기반으로, 외부 효과가 큰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예를 들면 기술 인력, 기술 정보, 산업표준 및 품질 관리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고급 인력은 많이 양산했지만 균형적인 기술 인력의 수급에는 실패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술 인력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기술 축적의 면에서도 첨단 기술에 대한 열의는 대단히 컸지만 이를 산업 기술로 연계하는 것에는 실패하였다. 엄청나게 불어나는 대일 무역 적자가 자본재의 수입에 기인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산업표준의 문제를 보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에 따라 그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모든 가맹국에게 국제 표준을 따르게 함으로써 기술적 무역 장벽을 해소하자는 취지이나, 역으로 본다면 국제 표준화에서의 주도권을 잡은 국가가 국제 무역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고 주도권을 잡지 못한 자에게는 국제 표준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국제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국익을 반영하는 것과 국가표준을 국제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되는 것이다.
산업 기술 기반의 경제적 특징은 공유성, 간접성에 있다. 다양한 분야의 불특정 다수에게 간접 이익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민간의 충분한 투자를 기대할 수 없고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튼튼한 산업 기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직접투자 또는 촉매자, 중개자의 역할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인 것이다.
때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이 하나둘 시작되고 있다. 기술 인력 양성, 기술 정보 확산, 산업 표준화 등이 골고루 배려되어 있어 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전체 사업 규모 중 우리 산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 전자, 정보 분야에 대한 배려가 낮아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산업 기술 기반의 구축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이를 수립 유지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성숙된 산업은 성숙된 산업대로, 미래 유망 산업은 유망 산업대로 적절한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
<한국산업표준원 원장>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기고] '투명한 재앙' 물류센터 '비닐 랩' 걷어내야 할 때
-
2
[ET단상] AI 실증의 순환 함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진화로
-
3
[조현래의 콘텐츠 脈] 〈4〉K콘텐츠 글로벌 확산, 문화 감수성과 콘텐츠 리터러시
-
4
[전문가기고] SMR 특별법 통과, 승부는 '적기 공급'에서 난다
-
5
[ET톡] '갤럭시S26'에 거는 기대
-
6
[사설] 中 로봇 내수 유입은 못막아도
-
7
[부음]신수현 GNS매니지먼트 대표 부친상
-
8
[소부장 인사이트]메모리 호황기, 한국 반도체 개벽의 조건
-
9
[부음] 주성식(아시아투데이 부국장·전국부장)씨 모친상
-
10
[부음] 최윤범(프로야구 전 해태 타이거즈 단장)씨 별세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