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시스템패키징기술 연구 본격화

정보통신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스템패키징 기술에 대한 연구가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는 지난 8, 9일 이틀 동안 한국통신 연구개발본부에서 한국통신(KT)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97년 말까지 3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신시스템 기구장치 표준화」 연구의 중간결과를 시연회 형식으로 개최, 관련 전문가 및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시스템패키징 기술은 정보통신시스템의 구성요소인 부품이나 회로팩을 상호 연결,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발생할 수 있는 구조설계, 냉각, 전자파장해(EMI/EMC), 진동, 상호접속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시스템의 성능이나 신뢰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기술이다.

그동안 정보통신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개별적으로 개발된 회로나 부품이 그 자체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이들 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했을 때 상당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국내에서는 회로설계나 부품 자체의 개발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이들 구성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시스템의 고속화, 고밀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시스템 개발에서 패키징문제가 갈수록 심각한 애로사항으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에서 시스템패키징 기술에 대한 연구는 EMI나 냉각 등 분야별로는 이루어져 왔을 뿐 종합적인 연구는 ETRI의 기구장치 표준화 연구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나 삼성전자 등이 이 분야의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고 시스템패키징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모임결성도 추진되고 있다.

ETRI는 이번 전시회에서 국내 최초의 종합적인 시스템패키징 기술개발사업이라 할 수 있는 「통신시스템 기구장치 표준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개발한 통신시스템용 표준 랙, 옥외용 함체, 유속가변형 냉각팬, 히트파이프 패키지 등 구조설계 표준화를 위한 장치와 기술, 시스템 냉각성능 개선을 위한 기술, 다중 칩 모듈(MCM) 및 랙의 상호 접속기술 등 주요 연구테마를 소개, 국내에서 시스템패키징 기술의 적용가능성을 제시했다. ETRI가 이날 제시한 표준화 제품을 보면 통신시스템의 랙이나 서브 랙의 경우 IEC 917에서 표준으로 채택한 하드 메트릭시스템을 따르고 전자파장해와 정전기에 대한 방지대책, 또 전화국사 內 냉방기의 소음이나 진동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내진동대책도 갖추도록 했다.

광케이블TV 분배센터와 이동통신 기지국으로 사용되는 옥외용 함체의 경우 크기를 8백6백501천1백㎜로 하고 기존 히트싱크보다 냉각특성이 우수하고 전력소모량이 작아 정전시에도 유리한 히트파이프 패키지를 히트싱크 대신 냉각모듈로 사용토록 했다.

상호 접속은 PCB간에 상호 접속할 때 커넥터 없이 光을 활용해 PCB면 간에 상호 접속토록 하는 「光상호 접속 백프레인 시스템」을 채택했다. ETRI는 이 상호접속 기술과 관련해 지난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특히 이 히트파이프 패키지는 최대 냉각성능이 ㎠당 7W로 히트싱크보다 10배 가량 우수한 데다 별도의 동력장치도 불필요해 전력소모도 대폭 줄일 수 있는 등의 장점때문에 통신시스템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한편 한국통신은 ETRI가 이번에 발표한 시안을 토대로 업계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내년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면 이를 KT표준으로 채택, 앞으로 도입되는 모든 통신시스템에 이를 적용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구장치 표준화가 실현되면 전화국사 내부의 주요 가구장치나 옥외장비가 표준화돼 유지보수나 운영의 효율화는 물론 운영비용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의 경우 미국 AT&T의 「Fastech」나 일본 NTT의 「Hi-PAS」 등은 대표적인 패키징 표준화시스템으로 이들 통신회사는 자사에서 개발하는 모든 통신시스템에 이 표준화방식을 적용, 시스템 개발의 효율화 및 생산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시스템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연구도 국내에서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KAIST가 과학재단의 자금을 받아 전자패키징 연구그룹을 결성했으며 삼성전자도 미국의 I社와 이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ETRI는 KAIST 등과 공동으로 시스템패키징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모임인 「한국실장기술연구회(가칭)」도 내년 초까지 결성할 계획이다.

ETRI의 송규섭 실장기술연구실장은 『현재 시스템패키징 기술의 국내기반이 취약해 패키징을 외국에 의뢰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통신시스템의 고속, 고밀도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패키징 기술이 통신의 서브기술이라는 의식에서 탈피,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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