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1);대우의 `톰슨`인수

최근 세계화와 정보가전화라는 거대하고 빠른 물줄기가 가전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격랑 속에서도 가전업계는 올바른 방향을 잡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사업구조 조정, 전략적 제휴, 기업인수 등에 이르기까지 손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본지는 격변하는 가전산업계의 화제와 이슈를 집중 분석, 매주 금요일에 싣는다.〈편집자〉

대우전자의 프랑스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는 과연 무산되고 말 것인가. 요즘 「새우가 삼킨 고래」를 놓고 프랑스 현지가 떠들썩하다. 톰슨멀티미디어는 미국 컬러TV시장 1위의 RCA를 갖고 있으며 유럽시장 2위, 세계 4대 가전업체로 요약된다. 이에 비해 대우전자는 스스로 표현한 것처럼 세계 34위의 「난쟁이 기업」이다. 따라서 대우전자가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게 되면 세계 최대의 컬러TV업체가 새로 탄생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가전업계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프랑스 공기업 민영화위원회와 유럽연합(EU)위원회의 승인절차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프랑스 현지 여론 및 정치권의 거센 반발로 인수 가능성 자체를 안개국면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톰슨그룹 민영화 업체로 라가르데르그룹을 선정하면서 가전부문 회사인 톰슨멀티미디어를 라가르데르측 제안에 따라 대우전자에 매각키로 결정, 이를 공기업 민영화위원회에 상정해놓은 상태이다. 대우전자가 프랑스내 주요 투자회사인데다 대우측이 톰슨멀티미디어 인수후 프랑스내 현재의 고용수준을 유지할 뿐 아니라 향후 5년간 15억달러를 추가 투자, 5천명 정도의 고용인력을 더 창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서를 최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톰슨멀티미디어를 대우전자에 매각하는 것에 대해 즉각 반대하고 나섰으며 야당도 국회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의하고 사법당국에도 제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정치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톰슨멀티미디어 직원들도 「르몽드」지에 전면광고를 실어 톰슨멀티미디어 매각에 대한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대우전자의 톰슨멀미디어 인수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확산됐다. 동양의 조그마한 기업에 프랑스의 자존심을 빼앗길 수 없다는 국민정서도 적지않게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이 문제를 국회에 상정할 뜻을 비쳤으며 라가르데르그룹측도 최근 정부가 요청할 경우 올 연말로 예정된 톰슨그룹 인수 마감시한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걸음 물러서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우가 톰슨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 정부가 여론에 밀려 톰슨그룹 민영화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프랑스내 제3의 인수자가 나타날 경우 대우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는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프랑스 정부측이 벼랑끝으로 몰리지 않는 한 선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국제적인 망신을 감수해야 하는 한편 적자기업을 대안없이 정부가 계속 떠안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제3의 인수자 등장은 현재 톰슨멀티미디어 직원들로 구성된 「프랑스 산업의 야망을 위한 협회」가 중심이 돼 톰슨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동안 라가르데르측이 톰슨 민영화에 참여하면서 무려 37개 업체에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를 제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하는 등 대우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부채 일부를 탕감해준다고는 해도 빚덩어리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사들여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대우외에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대우전자도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의 톰슨그룹 매각결정 과정에서 하자가 없기 때문에 민영화위원회의 승인을 받는데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만 인수시기나 조건 등에서 다소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 『프랑스 정부가 현지여론을 의식해 추가적인 투자를 요청해올 경우 이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전자가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지 못한다 해도 사실상 대우에 미치는 타격은 없다. 다만 톰슨을 삼켰을 때 현재 추진중인 대우의 세계화 전략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고, 주요 가전제품의 세계시장 석권이라는 청사진을 앞당겨 성공적으로 그려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적극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에 대해 가전업계에선 대우가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지 못한다 해도 대우전자는 프랑스내에서는 물론 유럽에서 엄청난 광고투자를 해도 얻기 힘든 브랜드 인지도 제고라는 수확을 거두고 있다고 색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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