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품질비교평가제 이대로 좋은가

국산 냉장고가 외산 유명제품보다 품질과 성능면에서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 산하 국립기술품질원은 최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5백60~6백20짜리 대형 냉장고에 대해 국내 가전3사와 미국 월풀, 제너럴 일렉트릭 등 외국 2개사 제품에 대해 품질을 비교한 결과 국산 제품이 냉각속도, 소음, 전력소비량 등 모든 면에서 외국산 제품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특히 국산제품에는 외산제품에 없는 냄새제거장치, 급랭기능, 문열림 경보기능 등이 기본으로 채용돼 있는데도 소비자가격은 국산제품이 1백만원 선으로 수입제품 1백30만∼1백50만원에 비해 30만원 이상 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냉장고의 품질평가 결과는 일반 소비자들의 외산 선호의식을 바꿔놓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냉장고의 성장여력이 그만큼 커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품질평가가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전자제품의 품질비교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량의 지표보다 그 뒤에 숨은 내용이다. 설령 평가기준에는 적합할지라도 소비자들의 중요한 구매의사결정 포인트가 되는 디자인 등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근들어 외국산 냉장고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해주고 있다. 올들어 8월말까지 수입된 4백이상 대형냉장고는 모두 9천2백74대로 금액으로는 1천67만7천달러에 달한다. 이는 92년도 4천대 4백36만3천달러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외산 냉장고가 국산제품보다 여러가지 기능이나 품질면에서 뒤떨어진다면 어떻게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품질평가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배려」 경향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제품 품질비교평가제는 산업경쟁력의 「바로미터」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경쟁력은 냉정한 평가로 길러지며 냉정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우수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해 낸다. 뒤떨어지는 제품에 대한 배려를 위해 우수한 제품을 나쁘다고 평가해서도 안되고 질이 낮은 제품을 좋다고 해서도 안된다. 그동안 중소기업청을 비롯 소보원, 가스안전공사, 민간 소비자단체들이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수십건의 전자제품 품질비교평가 결과 가운데 국산제품이 외산제품보다 떨어진다고 발표한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어떤 나라든지 품질평가 기준을 「아전인수」격으로 자국에 유리하도록 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제규범에 벗어나고 말썽의 소지가 많은 주관적인 평가기준은 없는지 정부가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품질평가에 따른 사후관리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하원은 지난 9월 중순께 소비자들의 국산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국산품애용촉진법(Made in Armerica 800 bill)을 제정, 운영에 들어갔다. 이 법안은 제조상품의 품질을 면밀하게 검토해 미국 상품으로 규정한 상품에 대해서는 상무부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로 하여금 구매촉진을 유도토록 하고 있다. 특히 국산품으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철저히 한다. 품질이 기준 이상에 도달할 때까지 갖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 정부 및 투자기관의 품질평가제도는 단순 기능 및 성능 비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한 기술지원이나 재심 등 후속조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개선돼야 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품질평가제를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도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품질비교평가제를 통해 전자제품의 품질을 개선해 보려고 노력했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제품의 품질향상보다는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평가기준으로 활용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국산제품의 단순한 품질평가를 통한 보호보다는 수입제품들과 실질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도책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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