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美 지역벨사, 전화서비스 과부화 대책 고심

미국의 지역벨사들이 요즘 인터넷서비스 가입자수가 급격히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호황을 즐길수 없는 특이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터넷서비스 가입자수의 증가로 네트워크가 정체돼 본업인 일반전화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벨사의 회선을 이용하는 인터넷 접속자는 미국에서만 매일 수백만명. 일반전화회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들 사용자들은 특히 저녁시간을 선호하고 있어 가입자들로부터 이 시간대에는 인터넷접속은 고사하고 일반전화 통화마저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수치상으로 보면 지역벨사들의 전체 회선가운데 인터넷서비스에 할당된 회선량인 2.5%가 전체 회선이용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회선용량이 포화상태로 나아가면서 전송속도가 서서히 느려지는 것을 느낄수 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면 네트워크가 갑자기 정지된다』고 지역벨사의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들은 밝힌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터넷접속자 수는 한해 평균 42%씩 증가하고 있다. 전화회선 증가률이 도저히 따라갈수 없는 수치다. 이 가운데 지역벨사의 회선을 이용하는 인터넷이용자 수도 매달 10%정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이용으로 인한 네트워크 전송의 병목현상은 일반전화외에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져야할 데이터흐름을 가로막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미국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15%에 이르면 지역벨사들은 가입자들의 정상적인 전화통화를 위해 2백20억달러정도를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주가 미국내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아 8%에 이르고 있는데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년후면 미국 전체의 인터넷보급률은 15%에 달할 것이고 따라서 2년안에 어떤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 수요를 일반전화 데이터전송등 다른 용도와 구별, 별도의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방법을 모색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조속한 시일내에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벨사들의 고민과 달리 인터넷시장을 놓고 경쟁중인 케이블TV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입장이다. 케이블TV업체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케이블모뎀은 음성, 화상등 대용량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전송하기 위해 이미 업그레이드된 동축케이블상에서 그대로 운용된다. 따라서 케이블TV업체들은 인터넷정체로 인한 각종 문제점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케이블TV업체들은 내년을 기점으로 케이블모뎀의 보급을 크게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일각에서는 지역벨사들의 문제가 보다 본질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벨사의 네트워크시스템은 짧은 시간을 요구하는 음성통화에 적합하도록 설계됐지만 그 후에 생겨난 인터넷은 오랜동안 회선을 이용할수 밖에 없고 따라서 장시간, 대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수 없는 전화업체들의 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지역벨사인 퍼시픽텔레시스(팩텔)의 조사결과를 보면 쉽게 알수 있다. 팩텔은 자사 전화시스템에 대한 조사결과 인터넷이용자 1인당 평균접속시간이 20.8분에 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전화통화 평균시간인 3.8분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인터넷접속자의 10%정도는 평균 6시간이상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상가상으로 전화통화 피크타임마저 오후 10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이때는 인터넷접속자가 가장 많은 시간대중의 하나. 이같은 실정에 따라 이용자를 시간대 별로 폭넓게 분산시킨다는 정책은 거의 포기된 셈이다. 팩텔에 따르면 피크타임대에 건 일반전화 통화시도가운데 16%가 실패로 돌아갔는데 그 원인은 주로 인터넷이용에 따른 회선정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패킷망정도가 인터넷정체를 해소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ADSL)기술이나 T1급 전화회선, 고속모뎀과 같은 고속 전송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의 실용화는 기대만큼 신속하게 진전되지 않고 또한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계속되겠지만 정답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는 지역벨사 관계자의 말이 공연한 엄살로만은 들리지 않는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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