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한국통신 민영화방안 해설

1일 재정경제원이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추진방안 가운데 한국통신과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전화번호부, 한국PC통신에 대한 민영화 계획은 그동안 한국통신이 추진해 온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통신의 경우 정부가 대주주 지위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대신 정부투자기관에서 정부출자기관으로 지위를 전환하도록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 정부안의 골자.

이는 당초 정부 지분을 49%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증시여건」에 의해 주식매각이 계속 미루어져 온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통신이 고육책으로 정부에 제시한 방안.

한국통신이 원하는 것은 전면 경쟁체제에 접어든 통신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위해 자율경영권을 가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관계자들은 정부가 「주식매각」이 아닌 「법개정」을 민영화의 수단으로 선택한 데 대해 『현행법대로라면 증시사정에 따라 민영화 일정이 무한정 늦어져 한국통신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사정을 정부가 이해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가 대주주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공식화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다.

정부가 한국통신에게 경영의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서 사사건건 간섭할 것이 분명하고 「전문경영인」 인선도 정부가 좌우할 것이 뻔해 실질적인 자율경영이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따라서 정부의 공기업 경영효율화 방안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은 물론 한국전기통신공사법, 정부투자기관회계규정, 감사원법 등 관계법령의 구체적인 개정 작업에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현실화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화번호부의 경우 97년 상반기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각하고 유찰시에는 매각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안이 발표돼 한국통신이 추진해 온 방안과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매각규모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으나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통신이 추진해 온 66%매각 방안이 별다른 변화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매각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제한함으로써 독자적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나 한국통신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화번호부의 경우 사업의 특성상 대주주가 민간기업에 넘어가더라도 한국통신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전화번호부 민영화에 대해 『세계 어느나라에도 전화번호부 사업을 민간에 이양한 경우는 없다』면서 『회사의 경영권이 민간에 이양되더라도 번호사업은 한국통신이 갖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번호정보의 독점사용권이 빠진 경영권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PC통신은 경영기반 구축 등 민영화에 따른 여건을 조성한 후 한국통신 지분 33.5%를 98년까지 매각한다는 방침이다.방식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괄 매각방식이 유력시 되고 있다.

한국PC통신의 민영화는 오래전부터 예견돼오던 것인데다 한번 연기된 경험이 있어 내부적으로 큰 동요는 없는 상태.

일부는 신분상의 불이익 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민영화라는 처방이 그동안 침체됐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98년이라는 시기가 버스 떠난뒤 손 흔드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하이텔이 동호회 등을 기반으로 한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시스템과 인력배치를 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온라인 사업에 진출한 후인 98년에 선뜻 인수의 손길을 뻗칠 「중소기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장윤옥,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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