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에게는 일화가 많다. 지난 67년 가방 하나만 들고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자수성가, 교포사회에서 대표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고 이제는 고국에 돌아와 부도 직전의 회사를 인수, 세계 최고 수준의 전원장치 전문기업을 만들어냈다.
정외과를 나왔고 미국서도 가발사업이나 유통사업을 했던 이 회장이 전혀 문외한인 전자분야 그것도 최첨단 고급기술이 총동원되어야하는 전원장치 기업인 동아일렉콤을 오늘날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은 무엇일까. 최근 한국통신학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런 정보통신인 대상」을 수상한 이 회장을 만났다.
그는 정상에 오른 사람만이 가지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 회장은 『동아일렉콤은 전원장치로 세계를 제패했다』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 LG정보통신을 비롯한 국내 교환기 업체들에 공급하는 전원장치는 고장 한 번 없이 운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AT&T 등 국내 진출을 노리는 외국 거대기업들조차 전원장치는 동아일렉콤에 의뢰해야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수상 소식을 들은 것은 베트남 출장 중에서였다. 공교롭게도 공동 수상자인 LG정보통신 정장호 사장과 함께였다. 베트남에서는 한국기업의 기술투자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고 한다. 베트남 전자전을 시찰하던 이 회장 일행을 정보통신 주무장관이 직접 초청, 만찬을 베풀고 시장이 협소해 투자가 망설여진다면 인근 캄보디아 등의 관련시장까지 생각해 들어와 달라는 것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수상 초청 만찬까지 가졌다. 이 회장은 실제로 『베트남 정부가 인근 캄보디아와 라오스의 관련 장관들까지 초치해 함께 만찬을 열고 동아일렉콤의 전원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소개하면서 기술 투자를 희망하는 것을 보고 감명 받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역시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도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건수 회장의 기업관 경영관이 밝혀졌다. 그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했다. 베트남 정부가 동아일렉콤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면 「원가계산」이 필요 없게 되고 경영자가 종업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 회사의 성공은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정(情)의 경영」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최근 경기 침체로 위기에 몰리고 있는 중소기업 문제와 관련, 『경영자는 누구의 도움도 믿을 것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기술과 능력, 욕심내지 않는 투자와 이에 따른 안목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업주가 정부나 다른 사람의 보호를 받으면서 경영을 하겠다는 생각은 잘못이며 시장경쟁은 냉혹해서 아무리 거래처와의 유대관계가 좋아도 기술이 뒤지거나 가격이 비싸면 고개를 돌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기술과 신용이 부족하다해도 제품 하나하나에 모든 정성을 들여 생산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의 기술을 모방하지 말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술집약 혹은 특화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아일렉콤은 1백명이 넘는 전원장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숫자는 심지어 AT&T에도 없는 세계 최대의 전문인력 규모이다. 이 회장은 이들을 모두 직접 「육성」했다. 대기업을 웃도는 급여, 복지지원,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 등을 통해 이들을 확보했고 이제는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기술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이를 이겨낼 때에만이 비로소 「성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서글픈(?)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동아전기(현재의 동아일렉콤)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놓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알려진 후 여기저기서 이 시장에 뛰어들어 부작용을 빚은 일이다. 심지어 「독점 공급」이 문제가 있다는 투서를 관계기관에 집어넣어 곤욕을 치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동아의 경우 ETRI 및 교환기 업체들이 국가 프로젝트로 개발에 참여할 때부터 뛰어들어 서로의 사양을 공유하면서 이만한 기술력을 축적해 왔는데 느닷없이 참여한 업체들은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동아 제품을 일본에 의뢰, 복제해와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사례도 있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전원장치에 진정으로 사명감을 갖고 뛰어들 기업이 있다면 약간의 로열티만 받고서라도 기꺼이 기술 이전을 해주겠다』며 『공정한 경쟁은 동아도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는데 해외생활을 오래 한 이 회장 역시 애국론에 이르면 목소리의 톤이 높아진다. 그는 『기업인이 애국하는 길은 따로 없다. 세계 곳곳에 우리 제품을 팔고 돈을 벌어오면서 국가 위상을 높인다면 그것이 최고의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래서 『전원장치 공급업체인 동아로서는 최근 해외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내 교환기 업체들이 신시장 개척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질 좋고 값싼 제품을 공급, 세계시장을 누비는 것이 목표』라고 지적하고 『이것만 제대로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불과 10수년에 불과한 연륜을 가진 국내 교환기 업체들이 해외에서 1백년 이상의 노하우를 쌓은 외국 거대기업과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려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핵심장비인 전원장치의 경쟁력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렉콤은 「호텔급 공장」으로 유명하다. 대리석에 미술품으로 장식된 건물에 들어서면 이곳이 전원장치 생산업체인지 호텔인지 구별이 안된다. 최근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원연구소설립을 추진, 이미 용인에 2만평의 부지를 마련했다. 85년 귀국 후 『미국에서 번 돈으로 부동산을 사면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텐데 왜 하필 쓰러진 전자회사를 인수하느냐』는 주위의 질문에 「이건수식 대답」이 오늘의 동아일렉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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