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음성안내전화 편리함인가 불편함인가

전화 이용이 정보통신의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 이를 이용한 각종 신규 정보서비스업이 급증하고 그간 교환원을 통하던 각 기관이나 단체들이 최근 자동 안내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정작 사용자로부터는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700번 서비스로 대표되는 전화 정보서비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증권시세정보 등 특정 전문분야가 주종을 이뤘지만 올해 들어서는 프로야구 경기 실황중계에서부터 점술, 미팅에 이르기까지 일반인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부문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전화 한 통화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원하는 내용에 접속하기까지 불필요한 안내가 너무 많아 이용요금이 쓸 데 없이 높아진다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한 두가지 정보가 필요하지만 통화 개시 이후 전체 서비스 안내에서 수십초를 기다려야 하고 다시 본인이 접속하고자 하는 주제번호를 선택해야 하며 여기서 또다시 소제목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밟는다.

이런 경우 불과 10여초에 불과한 정보습득을 위해 통화시간은 3분이 훨씬 넘는다. 이런 서비스는 대부분 분당 이용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자동 안내시스템으로 전환한 각 기관이나 단체의 전화번호 찾기도 비슷하다. 예컨대 구청에 볼 일이 있는 민원인이 전화를 했을 경우 해당 부서를 찾으려면 녹음된 안내에 따라 적어도 서너번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전화요금도 문제지만 어쩌다 한 번씩 전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에서 아예 전화를 끊고 만다. 매번 통화중이어서 통화 성공이 어렵긴 해도 교환원을 통해 곧바로 연결되던 과거 방식이 오히려 편리하다는 사람도 많다.

전화를 통해 상담을 주로 하는 기관이나 협회도 마찬가지. 전화안내에 따라 자동으로 법률상담을 해주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역시 원하는 정보에 접근하기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

여기에 이미 고전적인 사례가 돼버린 컴퓨터통신의 유료 서비스 접근까지 덧붙인다면 이같은 전화 자동안내시스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자동안내시스템은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는 추세다. 인건비 절감이 최우선인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 경영합리화 차원에서라도 자동안내시스템 운영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사람이 아닌 기계가 수행하는 것인 만큼 통화자가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 정보를 안내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열식 안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화시간에 따라 이용료를 징수하는 700번 서비스업체는 이같은 이유 외에도 사용법이 복잡하고 내용이 많아야 수입이 올라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필요한 통화시간과 요금은 이용방법에 익숙지 못한 사용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익숙해질 경우 교환원을 통한 것보다 훨씬 간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안내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그것이 복잡하다고 느끼는 통화자를 위해 별도의 안내교환원을 두고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다. 이것은 대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조금이라도 배려하겠다는 의사로 평가돼 통화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통신의 이용료 절감방안과 마찬가지로 700번 서비스나 온라인 상담 등의 전화를 사용할 때에도 자주 거는 번호는 아예 외워 안내녹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접속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사용편리성을 겨냥해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자동안내시스템에 대해 오히려 통화자에게 불편함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정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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