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세계화가 시급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이 바로 한글입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한글 정보처리체계 규격을 표준화하는 등 한글문화권의 정보화를 가속화해야 합니다.』
사단법인 국어정보학회를 이끌고 있는 서정수 회장(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우리들이 한글의 정보화에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며 학회도 이 일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글을 사용하는 인구가 최소한 1억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국어정보학회는 북한과 중국 조선족 학자들과 한글의 정보화를 위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이들과 몇 가지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한글의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우리말 전산용어사전을 펴낸 바 있다.
국어정보학회 설립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89년 한글코드가 많은 논란 끝에 2바이트 완성형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때 많은 한글학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글 학자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무시한 결정으로 2천3백자 이외의 글자 처리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없이 완성형으로 결정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로 아닐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래서 80년에 한글의 정보화를 위해 발족을 했습니다. 설립 준비작업에는 대부분 전산관련 학자나 관련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90년 발기인의 면면을 보면 위원장에 양승택 한국전자통신 연구소장(당시 한국통신기술 사장)이 맡았고 준비위원 12명 가운데 전산관련 학자나 인사가 9명을 차지할 정도로 전산관련 인사 중심으로 시작 됐습니다. 초대 회장도 유경희 당시 데이콤 연구위원이 맡았으나 중도에 중대한 보직을 맡아 하차하면서 제가 맡게 되었지요. 현재 문화체육부 산하 단체로 등록되어 있으며 한글학자와 전산학자 및 관련 기관이나 기업인사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나요.
남북한과 중국 연변 조선족 한글정보 관련 학자들이 만나 논의한 끝에 최근 3가지의 기본안을 합의했습니다.
첫째, 정보처리 용어 통일안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ISO 2382를 기본으로 한 2천1백개의 용어를 통일안 대상용어로 선정하고 이 중에서 개념상의 차이가 있는 10% 정도의 용어는 복수안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둘, 자판배치 공동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2벌식을 기준으로 26개의 우리 글 자소를 배치하고 24개 홑글자와 2개의 겹글자로 하기로 했습니다. 5개의 쌍자음 입력은 사용자 선택으로 하고 대응되는 단자음 위치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셋, 우리 글자 배열순서 공동안도 마련했습니다.』
기본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언제 이뤄집니까.
『내년 5월 다시 만나 세부적인 합의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 각자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개선안을 가지고 최종 합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말 전산용어사전」을 발간하셨던데요.
학회 설립 이후 숙원사업 중의 하나가 바로 전산용어사전 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발간된 우리말 전산용어사전은 4백쪽 분량으로 문화체육부에서 제정 공표한 전산기 관련 순화용어로서 가장 흔히 쓰는 기본이 되는 단어들입니다.
용어 중에는 셈틀, 갈무리, 무른모, 가로채기, 시렁 등 친근하고 익숙한 순 우리말이 많으며 뜻풀이에서도 어린이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작성했습니다.
이번에 문자학과 정보과학의 관점에서 한글의 참모습을 조명하는 영화도 만들었습니까.
올해가 한글반포 5백50주년의 해입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로 한글로」라는 제목으로 한글 기록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요 내용은 한글이 정보화시대에 각광받는 과학적 문자임을 확인하고 한글이 한글문화권의 통일 문자임을 밝혔으며 따라서 민족적 자긍심과 겨레말 사랑의 정신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겁니다. 이 영화가 이번 한글날 기념식장에서 상영됐습니다.
앞으로 국어정보학회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보다 관심으로 갖고 있는 사업은 북한과 중국 연변 조선족과 공동으로 전산용어 공동번역 사업인데 상호 합의가 끝난 상태이며 내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남북간이 합의한 자모순과 자판배열 통일안 마련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작업에 보다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학회 차원에서는 우리말 전산용어사전 증보판 제작과 전산 문장부호 표준화연구입니다.
그리고 민감한 사안이지만 현재의 완성형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한편 조합형으로 가야한다는 당위성을 계속적으로 홍보할 생각입니다. 한글 특성상 조합형이 바람직합니다. 언어분석이나 문자인식에는 조합형이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양봉영기자>
서정수 회장 약력
학력
56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68년 연세대대학원 국문학과 석사과정
75년 연세대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경력
70년 연세대 및 이화여대 국문학 강사
73년 미국 평화봉사단 한국어 교육조정관
75년 한국 언어학회 상임이사
79년 한양대 인문대학 교수
83년 한글학회 이사
84년 한양대 인문대학장
85년 노산문학상 수상
85년 사단법인 국어순화 추진회 이사(현재)
90년 사단법인 국어정보학회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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