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통신 본고장 美시장 넘보는 LG정보통신

미국은 누가 뭐래도 정보통신 기술의 본고장이다. 통신업계의 거인인 AT&T가 아직도 전설처럼 살아있고 무선통신의 황제인 모토롤러가 건재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특히 무선통신에 관한한 미국을 견줄 나라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이테크의 대명사인 일본이 특히 컴퓨터나 정보통신기술 부문에서 아직도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통신의 왕국인 미국의 건재함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 철옹성에 연간 매출 1조원도 안되는 한국의 통신장비 업체가 공개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그것도 최첨단 기술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이동통신부문에 AT&T나 모토롤러 같은 공룡들과 본격적인 시장 경쟁을 벌여보겠다는 당돌한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LG정보통신이 내보이는 이같은 자신감의 원천은 CDMA 기술에 대해서는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정상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확신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초부터 국내 제1이동통신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에 CDMA 장비를 공급, 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상용서비스를 제공, CDMA 기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진출을 결정한 첫번째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최근 미국의 시장 상황이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미국 직접 진출을 결정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법인인 LG인포콤의 김익부 사장은 『최근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PCS주파수 경매에서 사업권을 확보한 사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CDMA방식을 서비스 표준으로 채택, CDMA가 PCS의 디팩토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때문에 LG도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를 더 늘려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G그룹이 4천만달러의 지분을 투자한 미국 제3위의 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가 사업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미국 제2의 통신사업자인 MCI에 1백억분에 대한 서비스 권한을 임대해 주기로 계약하는 등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LG인포콤은 현재 사무실이 위치한 샌디에이고 인근에 총 2천평 규모의 공장 부지를 확보, 본격적인 사업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 공장에서는 PCS 서비스에 필요한 기지국과 관련 장비를 비롯해 단말기를 직접 조립 생산, 현지의 통신업체들과 명실상부한 시장 경쟁을 벌여볼 작정이다.

LG의 장기적인 계획은 현재 현지법인이 있는 샌디에이고를 미주 전지역을 상대로 하는 PCS부문의 종합기지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을 물론이고 샌디에이고와 인접해 있는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까지를 포괄하는 PCS 전진기지화하겠다는 욕심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현재 CDMA연구개발 연구법인인 LG인포콤을 △PCS장비 연구 개발 전담의 샌서치(SANSEARCH), △생산 전담법인인 샌시스(SANSYS) △설치, 운영, 보전 업무 담당의 칼림(CALIM) 등 3개 법인으로 확대 개편했다.

기존의 LG인포콤은 이들 3개 법인을 관장하는 지주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다.

CDMA 장비 시장은 물론이고 핵심 칩 등의 원천 기술개발과 기술 수출, PCS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 설치, 운영 및 보전사업까지의 일괄 체제를 구축, CDMA 분야에 일가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LG정보통신의 이같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대해 우려의 눈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미국 의존증에 걸려있는 국내통신산업이 전화도입 1백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본토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자체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지금 LG정보통신이 미국 내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의 성패는 국내 통신업계의 세계화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철 기자>

김익부 LG인포콤 사장 인터뷰

LG그룹의 미국 내 PCS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익부 LG인포콤 사장은 『미국의 PCS 관련 산업 상황이 CDMA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국업체들에게 갈수록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확신에 찬 자신감을 피력했다.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 CDMA와 TDMA간 PCS 기술 방식에 대한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의견은.

CDMA와 TDMA간의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 내 PCS사업자 상위 10개사 중에 CDMA방식을 채택한 업체가 4개사나 된다. 특히 서비스 대상인구 기준으로 1위 업체인 스프린트사와 3위인 넥스트웨이브사, 4위 PCS프라임사, 8위인 GET매크로사 등 상위 랭킹업체들이 다수 CDMA방식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유럽식 TDMA인 PCS 1900은 서비스 대상인구 기준으로 5위 이하의 업체들이 대부분이며 미국 TDMA방식은 2위 업체인 AT&T 뿐이다. 7위인 옴니포인트는 CDMA와 TDMA 혼합기술인 자체 프로토콜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정도면 CDMA진용의 완승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이동전화의 용량 문제가 우리나라처럼 어렵지 않은 미국 사용자들이 PCS에 대한 수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회사가 출자한 넥스트웨이브사가 얼마 전 미국 제2의 전화업체인 MCI에 1백억분 분량의 PCS서비스 사용권을 판매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근 통신서비스는 단일서비스 판매보다는 유선과 무선 데이터통신 서비스를 융합한 복합서비스 위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유선통신사업자들이 직접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보다는 PCS사업자들의 시설을 임대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PCS사업은 그런 사업자들의 수요만으로도 충분한 시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 사업 진척 상황은.

기존의 연구법인인 LG 인포콤을 지주회사로 발전시키고 연구개발(SANSEARCH), 생산법인(SANSYS), 설치 및 운용법인(CALIM) 등 3개 법인으로 전문화시킨 상태다.최근 샌디에이고 지역에 2천평 규모의 공장부지를 구매, 이달 말경 모든 조직을 이전시킬 방침이다.

-AT&T나 모토롤러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과의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전체적인 규모면에서는 물론 그들보다는 취약하다. 하지만 우리는 CDMA 분야에 장비를 개발하고 운용해 본 값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PCS시장은 당분간 공급자 위주로 움직일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다. 물론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마케팅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역시 인력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지 고급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우리회사에 같은 조건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수인력에 대해 스톡옵션제 등의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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